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아파트 경비원 해고바람 부는데 '또' 미루는 정부


입력 2014.11.26 10:16 수정 2014.11.26 10:25        이슬기 기자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기한 연장, 2011년 '대량해고사태' 데자뷰

경비 근로자들 "근본적 대책 없이는 2017년에 또 해고될까 두려워"

정부가 지난 24일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지원 기간을 2017년까지 연장키로 한 가운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입주민들의 비인격적 대우에 분신을 시도했다가 숨진 경비원 이모 씨의 빈소.(자료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100%가 적용된다는 소식에 기뻐하기는커녕 당장 해고당할까봐 두렵습니다. 제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십쇼.”

정부가 2017년까지 60세 이상의 아파트 경비원의 인건비를 매달 6만원씩 보조해 주기로 했지만, 경비 노동자 고용 문제의 근본을 외면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종료 예정이던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의 지원 기간을 3년 후인 2017년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는 60세가 넘는 아파트 경비원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연간 72만 원의 고용지원금을 주고, 경비 근로자를 감정노동근로자 보호 대상에 포함시켜 무료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의 인건비 지원 대책은 지난 2007년 경비 근로자 해고 방지용으로 도입돼 2011년까지만 적용키로 한 임시방편이었다. 당시 ‘감시단속적 업무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에게 2012년부터 임금의 100%를 의무적으로 주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감시단속적 업무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의무 지급선이 단계적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전액 적용이 되기 직전 해인 2011년에는 당초 80%에서 90%로 인상됐다. 문제는 최저임금 지급선 상승이 아파트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경비 근로자 감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실제 대규모의 경비 근로자가 하루 아침에 해직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지급선을 다시 90%로 낮추고, 시행 시기를 3년 늦춰 2015년부터 100%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 전면 시행을 1달여 앞둔 시점에서 2011년 당시와 같은 ‘대규모 해고 대란’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노동계는 이번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최대 4만명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고될 처지라는 추정을 내놨다. 그러자 정부가 인건비 지원 대책의 적용 시기를 2017년으로 연장해 또다시 한시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일반노조 소속 경비노동자 A 씨는 25일 정의당이 주최한 국회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 오르지만 우리 경비 노동자들은 혹여나 일자리를 잃을 게 두려워 기쁜 소식으로 들리지 않는다”며 “지원 대책을 3년 연장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2017년에 또다시 똑같은 걱정을 해야한다”고 토로했다.

이미 서울지역 일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벌써부터 관리비를 올릴지 경비 노동자 수를 감원 할지에 대해 입주자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발생한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으로 무인경비시스템이나 경비용역업체 서비스로 전환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용역업체의 고용 시스템 등 근본적인 문제에 손을 대야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정부의 고용지원금은 1인당 분기별 18만원으로, 매월 6만원 정도다. 그런데 최저임금 100%가 적용될 경우, 60세 이상의 경비 인력의 평균 인건비는 약 15만원 늘어난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월 6만원으로는 경비 근로자의 해고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증거다.

그조차도 전체 대상자의 5%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예산이 23억원에 불과한데, 이는 60세 이상의 경비 근로자 5만 명 중 3200명만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단순히 지원 시한을 3년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경비 근로자들이 매번 똑같은 고용 불안에 내던져질 수밖에 없다”며 “5만명으로 추산되는 경비 근로자들에게 고루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확대하거나, 최저임금제가 제대로 적용되도록 제도적 변화를 주는 등의 근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하지만 최저임금 규정을 엄격히 할 경우, 중소기업 등이 인건비 문제로 고용인원 자체를 줄이거나 해고를 선택해 고용률이 줄어든다. 그러면 또다시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면서 “사실상 이 문제는 경비 근로자 등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