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등 오너 일가 우리 비행기 타지 말기를"…대한항공 조종사
‘땅콩리턴 조현아’ 사태가 외부 뿐 아니라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는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가 ‘오너 일가가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지난 9일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기장급 조종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오너 일가를 태운 비행에 스트레스가 많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조종사는 “오너 일가를 태우고 비행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오너 일가가 비행기를 타는 걸 반가와 하는 분 계십니까? 저는 기장으로 오너 일가를 태우고 비행해봤습니다. 저는 그 비행에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그래도 기장이 받는 스트레스는 객실승무원들이 받는 스트레스와는 비교가 안되겠지요”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우리가 객실에 탑승한 오너 일가와 접하는 건 비행기를 어떻게 핸들링 하는가와 기장 방송을 얼마나 잘 하느냐입니다. 오너 일가들이 비행기를 타고 나면 그 비행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말들은 수행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해당 부서에 전달이 됩니다. 그러면 해당 부서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 필요하다면 대책을 만들어서 보고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고 기장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서 오너 일가가 탑승한다고 하면 관리자는 기장에게 방송 잘하라는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비행이 끝나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옵니다. 승객 탑승할 때 조종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느냐? 방송할 때 혹시 이런 단어를 사용했느냐? 등등 난리가 납니다”라고 전했다.
이 조종사는 “사소한 거 하나 하나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런 모습 때문에 승무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그런 비행이 끝나고 나면 객실 사무장이 탈진으로 쓰러지는 일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며, “오너 일가가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지 말기를 바라는 승무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조종사는 대한항공이 8일 저녁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의 사과문은 책임을 기장에게 전가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압니다. 슈퍼갑인 부사장이 지시한 것이지 기장이 결정한 게 아닙니다. 이런 식의 사과문은 국민을 향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국민을 자극해서 역효과만 났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의 기업 지배 구조로 인해 이와 같은 전횡은 막을 수 없습니다. 일부 지분을 갖고 마치 회사 전체가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하는 행위로 인해 오너 일가가 회사의 징계를 받는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회사가 망하면 망했지 오너의 제왕적인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던 경제 민주화가 이와 같은 지배 구조를 혁신하겠다고 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180도 돌변했습니다. 믿고 표를 준 사람들만 바보 된 겁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한항공은 계속 자식에서 자식으로 계속 대를 이어 세습될 것입니다. 우리가 을로써 바라는 건 자식 중에 성군이 태어나길 바라고 품성이 좋은 자식이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회사 돌아가는 꼴을 도저히 봐주지 못하겠다면 나가는 선택을 하던가”라는 자조 섞인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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