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제3자 유출 제기하더니…말바뀌는 조응천
언론 인터뷰서 박 경정 유출 가능성 열어둬 "나도 완전히 속은 것"
‘정윤회 문건’의 제3자 유출을 언급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번에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전 행정관)의 유출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앞서 지난 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6월 민정에 올라간 한 문건에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며 제3자에 의한 문건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그러나 그는 11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거기서(박 경정에게서) 유출된 거라면 나는 완전히 속은 것”이라며 박 경정이 문건 유출자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온 뒤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으로부터 ‘박관천이 출력을 많이 했더라’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다 갈았을(파쇄했을) 텐데’라고 하자 이 전 비서관은 “네가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박 경정은 ‘출력한 것은 다 갈았다’라고 하더라. 만약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하는)검찰 수사가 맞다면 박 경정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자에 의한 문건 유출 가능성을 언급한 지 열흘 만에 말을 바꿔 이번엔 박 경정이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의 배후로 의심을 받을만한 결정적 진술이 나오자 말을 바꾼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조 전 비서관과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해서 일했던 오모 행정관은 지난 6월 유출 문건이 찍힌 100여장의 사진을 청와대에 가져와 외부에 청와대 문건이 유출되고 있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당시 오 행정관은 사진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닫았지만, 최근 이뤄진 청와대 감찰조사에서는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유출문건에 대한 사진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 행정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찰조사 답변과 진술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감찰조사를 받은 직후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현재 청와대는 문건 유출의 배후에 조 전 비서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하는 이른바 ‘7인 모임’이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것으로 의심, 이 같은 내용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인 모임에는 박 경정, 오 행정관 등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의 측근인 전모 비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 씨는 조 전 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채용하려다 ‘청와대 3인방’ 중 한명으로 일컬어지는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의 반대로 채용이 무산된 인물이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의 조사 결과는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아울러 7인 모임의 실체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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