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지켜보는데...국회의원들끼리 "버릇 고쳐라"
<긴급현안질의>이노근 발언에 최민희 공개 사과 요구
“요새 정치인들 버릇부터 고쳐야한다.”
“비수로 가슴에 콕콕 찌르는 느낌…공개 사과 요청”
전날 긴급현안질의에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맞붙었다.
15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최 의원에 이어 질의에 나선 이 의원은 등장부터 시끌벅적했다. 이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대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 더욱이 이날 진행된 긴급현안질의는 고등학생 참관객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을 향해 나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던 이 의원은 질의가 시작되자 야당을 향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질의를 시작하기 전에 ‘최민희 의원이 공상 소설을 쓰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면서 “요새 정치인들은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누가 누구 버릇을 고쳐!”,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사과하세요!”등 온갖 고성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의원은 “가만히 좀 있어요!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해야지”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야당 의원들은 크게 소리치며 이 의원을 질타했다. 이에 질의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조용히 하세요. 학생들이 보고 있습니다”라면서 진정시키려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말을 이어간 이 의원은 “문제 제기하고 조사하고 심지어 수사하고 심판관이 재판하고 처형까지 하는 이런 형태의 모든 권력을 마치 국회의원이란 직위를 이용해서 행사하는 모습에 개탄스럽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을 뒷받침 하는 게 마치 추리소설, 탐정소설 쓰듯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단정하고 확대 왜곡 발전시키고 있다”며 “이걸 듣는 본인은 바로 그런 버릇을 고쳐달라는 이야기”라고 최 의원을 겨냥했다.
앞선 질의에서 최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상대로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구매한 ‘시계캠코더녹음기’ 목록을 공개하며 ‘몰카’ 구입이유에 대해 질문한 바 있다.
이 의원의 지적에 야당 의원들은 또 다시 “빨리 사과하세요!”, “몰카를 왜 샀는지 물어보는데 그게 잘못된거야?”, “본인 질의나 열심히 하세요!” 등의 발언으로 고함을 질러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또 다시 정 부의장이 나서 장내를 진정시켰고 그제서야 이 의원은 정 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차례로 불러내 질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야당과의 불필요한 언쟁에 질의 시간을 허비한 그는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상대로 질의를 하려던 중 마이크가 꺼지는 바람에 질의를 다 하지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정 부의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질문을 할 때 동료 의원의 존함이나 상대 당명을 지적하면 결국 장내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며 “우리 스스로 품위를 지켜가는 의회가 되도록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최 의원은 신상발언의 기회를 얻어 단상에 올랐고 “이 의원이 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나로서는 정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표현을 했다”면서 “나는 내가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죄가 있다면 열심히 일한 죄다”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이 우리당 의원들의 존함을 거론할 때마다 비수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라며 “여당 원내지도부에 사과를 정중히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회의는 정회가 선포됐으나 이 의원은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고 새정치연합의 임수경, 은수미 등의 의원들은 이 의원을 향해 “잘못한 거 인정하고 사과하세요!”, “본인이나 잘하세요!”, “중대한 문제니까 공개 사과 해야해요!”, “뒤에 학생들이 보고 있어요!”라는 등 맹공을 가했다.
이 시각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한 지역구 의원의 초청으로 방문한 고등학생 수십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계속해서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새누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가 이 의원을 따로 불러 무언가 논의를 하면서 일단락 됐다.
이 의원은 이후 속개된 오후 현안질의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오전 질의 과정에서 내가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은 유감”이라며 “본의 아니게 소란을 빚은 부분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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