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안 따질 수 없는 ‘연봉’ 따진다면 가시밭길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4.12.24 13:56  수정 2014.12.24 14:02

주전 머서의 연봉 10배 이상 제시할 가능성 낮아

피츠버그, 협상 전반 우위 점해..강정호 불리한 위치

강정호 포스팅에 등장한 피츠버그는 미국 현지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 게티이미지

강정호(27·넥센)의 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행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 에이전트측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계약기간 3~4년에 연봉 500만 달러(55억원)도 장담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다.

피츠버그 구단은 23일(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500만 2015 달러의 포스팅 금액으로 강정호와 단독 교섭권을 따냈다”고 전했다.

이로써 피츠버그는 향후 한 달 동안 연봉 협상을 벌이게 됐다. 타결되면 강정호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처음으로 MLB에 진출하는 첫 선수가 된다. 그러나 결렬된다면 김광현(SK)처럼 국내에 잔류해 내년을 기다리거나 일본 무대를 노크해야 한다. 협상이 깨지면 포스팅 금액은 다시 피츠버그로 돌아간다.

강정호 포스팅에 등장한 피츠버그는 미국 현지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국 출신 야수를 상대로 500만 2015달러라는 만만찮은 금액을 제시한 팀이라면 '빅 마켓' 구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 예상이었다. 올해 피츠버그 총 연봉이 7811만1667달러(약 857억원)로 MLB 30개 구단 중 27위에 불과했던 팀이다.

물론 철강도시로 유명한 피츠버그의 스포츠 사랑은 남다르다. 큰 도시는 아니지만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1882년 창단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인구가 30만 정도에 불과하다. 스몰 마켓이라고 일컬어지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연고지인 오클랜드조차도 인구가 40만이 넘어간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내야진이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 팀이어서 굳이 강정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강정호의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에는 조르디 머서(28)가 있다. 머서는 올해 첫 푸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 타율 0.255와 홈런 12개를 기록했다. 수비는 144경기 11개 실책을 범하며 수비율이 0.982로 MLB 30개 구단 가운데 5번째로 좋은 수비를 선보였다.

머서와 비교하면 강정호의 수비가 낫다고 할 수 없다. 강정호는 117경기에서 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또 타격은 MLB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강정호가 타율 0.356에 홈런 40개를 치긴 했지만 이는 ‘타고투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머서의 타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유격수 가운데 13번째 평균 타율이다.

이런 머서는 올 시즌 51만5500달러(5억6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강정호가 올 시즌 넥센에서 받았던 연봉 4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머서가 이제 풀타임 첫 시즌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강정호에게 머서의 10배 가까운 50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할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최근 탬파베이와 트레이드르르 통해 백업 유격수 션 로드리게스(29)를 데려왔다. 강정호를 굳이 데려오지 않아도 유격수는 충분히 확보했다. 피츠버그로서는 강정호와 협상이 깨져도 손해 볼 상황이 아니다.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패를 갖고 있는 쪽은 강정호가 아닌 피츠버그 구단이다.

강정호를 데려오게 된다면 쓸 카드가 많아진다. 강정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금상첨화다. 다른 내야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다른 포지션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강정호가 자신의 목표 타율과 홈런을 달성할 수 있다면, 현재 2루수 닐 워커(29)를 1루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어쨌든 강정호의 첫 난관은 바로 연봉 협상이다. 피츠버그가 협상의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정호로서는 불리한 게임이다.

강정호가 바라는 500만 달러는 사실상 힘들다. 워커가 올 시즌 받은 연봉이 575만 달러(63억원)였다. 수비와 공격이 모두 검증된 선수에게 쥐어준 연봉도 600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 팀내 최고 스타로 꼽히는 앤드류 맥커친(28)의 연봉도 745만8333달러(81억9000만원)였다. 연 평균 500만달러라는 강정호의 조건을 들어줄만한 팀도 아니다.

MLB에 진출하겠다는 도전과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높은 연봉을 바란다면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기 힘든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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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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