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시민 요구는..." 일부 당원들 "됐네..."
<새정치 광주 합동연설회>박지원 "영남대표 누군가"
이인영 "세대교체가 정답"…텃밭에서 난타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18일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에서 ‘찬 바람’을 맞았다. 전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한 공주와 대전, 전남 화순과는 달리 일부 당원들로부터 싸늘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첫 순서로 단상에 올라 “우리당이 호남에서도 외면받는 것은 호남에서 아무리 밀어줘도 바깥에 나가서 자꾸 지기 때문”이라며 “광주시민의 요구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이기라는 것 아니겠나. 내가 그 역할을 감당하겠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일부 당원들은 “됐네, 이 사람아”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노골적으로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 문 후보가 “누가 대표가 되면 우리당을 이기는 당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 누가 대표가 되면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한 남성 당원은 좌석까지 앞으로 옮기며 다른 후보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자 문 후보의 지지자들 측에서는 이에 질세라 문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연호와 함성을 자제해달라는 사회자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장내는 이내 각 후보의 지지자들 간 기싸움으로 달아올랐다.
박지원, '문재인 저격'에 올인..."고향에서도 패배한 사람"
이날 박지원 후보의 ‘문재인 저격’은 강도가 더욱 세졌다. 연설 시간으로 주어진 7분 중 대부분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면서 십자포화를 날린 것이다.
박 후보는 우선 “지난 대선 때 광주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92%를 줬지만 우리는 실패했다. 심지어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고향에서도 실패했다”며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하면서, 지역주의 조장하지 말자면서, 자신을 ‘부산정권 영남대표’라 주장하고 박지원에 대해서는 ‘호남에서만 지지받는 호남 맹주’로 규정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문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그는 문 후보를 향해 “대선 때 종편 나가지 말자고 하던 분이 2년반 만에 전당대회 다가오니까 종편에 나오겠다더라”며 “이런 리더십을 가진 분이 당대표가 되면 뭔가를 결정하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려서 임기가 끝나버린다. 대북송금특검도 누가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같은 공격은 앞서 같은 날 열린 전남 화순 합동연설회에서부터 이어졌다. 문 후보는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박근혜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있고, 이번 전당대회가 그 계기가 돼야한다”면서 "다음 총선 때까지 우리당 지지율을 40%대로 올려놓겠다. 대표가 쥐고있던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며 공약 위주의 연설을 펼쳤다.
반면 박 후보는 “지난 공천을 친노가 다 했는데, 반성도 안 하고 이제는 당권도 대권도 모두 가져가겠다고 한다.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문재인 후보가 당권을 잡는다면 우리당의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가 혼자서 다 차지하려고 하면 결국 제2의 정동영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박지원이 당대표가 돼서 모든 대권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486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인영 후보는 나머지 두 후보를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세대교체론을 내세웠다. 그는 “친노의 길이 옳다면 문재인이 정답이고, 비노의 길이 옳다면 박지원이 정답이다. 영남의 대표가 맞다면 문재인이, 호남의 대표가 맞다면 박지원이 정답”이라며 “그러나 이대로 가면 안된다면,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면 이인영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후보의 경우, 문재인·박지원 후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타 지역에 비해 광주에서 가장 적극적인 환호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실제 이날 연설회에 참석한 40대 초반의 남성 당원 일부는 이 후보의 연설 중간중간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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