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지나친 좌클릭 대선 패배" 문대인 "우린 중도개혁"
<방송3사 공동 토론회>박지원 "이정희 제지했으면 대통령 됐을 것" 문재인 "색깔론"
문재인·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가 29일 이념적 정체성과 색깔론, 호남 총리론 등 철 지난 의제들을 놓고 또 다시 대립했다.
문재인·박지원·이인정 새정치연합 당대표 후보(기호순)는 이날 SBS 목동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방송 3사 공동 토론회에서 후보별 공약과 당내 현안들을 주제로 논쟁을 벌였다.
첫 주제는 중산층을 위한 당의 구체적인 정책방향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와 박 후보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옛 통합진보당과 연대와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파동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먼저 박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친노들이 지나치게 좌클릭해서 패배했다. 통합진보당과 단일화 문제도 문 후보는 처음에 ‘그때 가서 국민 여론을 보고 결정하자’고 했는데, 이젠 선을 긋자고 한다. 또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NLL 파동이라는 큰 소동을 겪었다. 문 후보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지난 대선 때 통합진보당과 연대는 없었다”고 전제한 뒤 “우리 당의 노선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 정당이다. 이 노선만 제대로 지켰어도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지킬 수 있었다. 당의 정체성을 뿌리 깊게 내리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가지를 더 넓게 펼칠 수 있다”고 답했다.
질문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박 후보는 “대선 TV 토론회 때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을 때 문 후보가 제동을 잘 걸었으면 대통령에 당선됐을 것”이라고 뒤끝을 남겼다.
주도권을 이어받은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비판을 ‘색깔론’으로 규정했다. 그는 “색깔론에 가장 많이 시달린 게 박 후보이고, 종북좌파 몰이로 우리 당도 상처를 받았다”며 “박 후보가 또 색깔론으로 우리 당을 헤치는 것은 자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색깔론에는 내가 제일 많이 당했다. 문 후보는 지난 2년 반 동안 대북정책에 거의 함구했다. 이제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겠다고 하는데, 안 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하다고 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데 그걸 색깔론과 네거티브로 취급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의 설전은 1대 1 토론 때 극에 달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자신의 ‘호남 총리론’이 “국민대통합을 위해 호남 출신 장관을 배출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다음 총리는 호남 출신이 되기를 바라고,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과 무엇이 다른지 물으며 “나를 비난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갑자기 문 후보가 호남을 굉장히 생각해줘서 고마운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전 ‘호남 총리를 박 대통령이 약속대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면 굉장히 진실성 있었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 때 왜 호남 사람이 올라가면 다 잘랐는지 (듣고 싶다)”고 받아쳤다.
이에 문 후보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호남 홀대는 사실이 아니고, (내 말은) 왜 충청 총리를 거론하느냐는 것”이라며 “나는 충청의 충자도 꺼낸 적 없다. 이 후보자가 대표적인 친박 인사이고, 대통령에게 ‘각하 각하’ 하던 예스맨이라 반대했던 건데, 내 지적이 틀렸느냐”고 되물었다.
박 후보는 “그런 진정성이 있었으면 박 대통령이 그런 인사를 할 때 2년 반 동안 한 번이라도 강하게 짚어봤느냐”면서 “갑자기 호남 총리론을 (언급하고) 소동이 나니까 문 후보는 사과하고, 캠프 대변인은 반박하고, 다시 문 후보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러니 문 후보의 정치력이 의심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 후보는 “(문 후보가) 내게 여의도 정치는 낡았다고 하는데, (문 후보는) 여의도에 와서 2년 반 동안 뭘 했느냐”고 질의했다.
문 후보가 “박 후보는 오랜 관록을 자랑하면서 이 후보자, 김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다, 소통이 잘 된다고 자랑하는데 그렇게 호흡이 잘 맞고 소통이 잘 돼 우리가 얻은 건 야당성을 잃은 것밖에 없다”고 꼬집자 박 후보는 “지난 공천을 누가 했느냐. 2년 반간 친노의 수장으로 뭘 했는지 답답하다”고 받아쳤다.
문재인 '문전성시' 이인영 '환부작신' 박지원 '금귀월래'
문 후보와 박 후보가 공방을 이어가는 동안 이 후보는 홀로 다른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했다.
먼저 이 후보는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상에서 가장 큰 박근혜정부의 특징은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바로세운다)이다. 마땅히 줄푸세를 폐지하고, 신자유주의의 폐해로부터 탈출하는 활로를 우리 당이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박 후보가 생각하는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을 질의했다.
박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성과로 내세우자 이 후보는 “착각이다. 당시 내가 당 최고위원으로 비정규직 특별위원장을 맡았다”면서 “그때 내가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가 주도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또 자신의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문 후보가 비판한 데 대해 그 이유를 물었다.
문 후보가 “급진적으로 올리면 뜻은 좋은데 영세자영업들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자 이 후보는 “급진적이란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게 급진적이라면, 120만원 받던 사람이 160만원 받는 게 급진적이라면 우린 급진적인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어 “재계, 전경련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 논리가 영세자영업자, 경제 충격 얘기인데, 그건 우리 논리가 아니지 않느냐”며 “박근혜정부에서 연 평균 7% 최저임금을 상승시키고, 우리가 집권 때 참여정부에서 10% 인상했던 걸 감안하면 완만하게 가도 집권 말기쯤 1만원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후보는 “내가 급진적이란 건 그 주장의 취지와 방향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우리 사회와 경제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현실을 보면 최저임금이 5580원인데 여기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이 문제 하나 해결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되, 우리 기업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하자는 것”이라며 “내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최저임금으로 제시했던 건 그게 OECD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신의 공약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공통질문에 문 후보는 ‘문전성시(門前成市·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룸)’, 이 후보는 ‘환부작신(換腐作新·낡은 것을 바꾸어 새것으로 만듦)’,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마다 집으로 돌아가 월요일에 직장으로 돌아감)’을 각각 꼽았다.
먼저 문 후보는 “내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에 시민들이 모이고, 국민의 지지가 모인다는 뜻”이라며 “내가 우리 당을 전국으로부터 지지받는 정당으로 만들겠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서 서민과 중산층을 지키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해내겠다. 내게 힘을 달라. 문전성시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계파패권과 지역당권, 낡은 질서를 혁파하고 민생과 혁신의 새 희망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면서 “문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그냥 그대로이고, 박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금요일에 지역구에 갔다가 일요일에 서울에 올라오길 1년 52주 중 50주 이상을 해왔다”며 “유권자와 약속했기에 7년간 외국 한 번 안 나갔다. 인사청문회 8관왕, 6년 연속 우수 국감 의원 선정, 당대표는 약속을 지키고 성실하고 치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박지원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