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뚜껑 보고 놀란 정부...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최용민 기자

입력 2015.02.02 08:43  수정 2015.02.02 08:49

<기자수첩>건보료, 당초 개선기획단이 마련한 개편안이 정답

청와대 전경. ⓒ데일리안 DB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연말정산 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이제는 건강보험료 개편안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연말정산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건보료 개편안' 발표를 하루만에 연기했기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서울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자실을 찾아 "직장인의 부담이 늘어나거나 피부양자이던 사람이 새로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솔직히 불만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올해는 개편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의 말만 보면 직장인이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건보료 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개편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를 번복하면서 정부가 연말정산 파동으로 여론이 부담을 느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 이 같은 결정을 번복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문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역풍을 맞았다. 비합리적인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는 것을 정부가 간과했기 때문이다. 고인물 피하려다 물벼락 맞은 꼴이 됐다.

애초 정부는 소득과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고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건보료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29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건보료 부과체계를 합리화해 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내용의 건보료 개선안을 하루 아침에 폐기처분하자 연말정산 파동으로 들끓었던 민심이 또 다시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처리했어야 되는 연말정산은 일사천리로 실행하고 빠른 개편이 필요한 건보료는 왜 추진하지 않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정부가 해야 될 일은 안하고 안해도 될 일만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특히 언론을 통해 건보료 부과체계의 비합리적인 내용들이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예를 들어 '송파 세모녀'는 수익은 없지만 집을 가지고 있어 건보료를 내고 있었던 반면, 연금과 이자로 수천만원의 수익이 있지만 아내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라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 등이다.

결국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바로 건보료 개편안이 '전면 백지화' 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보료 개편안와 관련해 여론의 비난은 식지 않았고 결국 보건복지부는 30일 연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을 올 상반기 중 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청와대는 또 건보료 개편을 계속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당정회의를 통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논란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회의를 통해 발표될 개편안이 당초 개선추진단이 마련한 개편안보다 더 혁신적이고 합리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건보료 개편안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보료 개선기획단은 지난 3년간의 공론화를 통해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 당정이 나서서 더 이상 무슨 논의가 더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이런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일원화하는 개편안을 원래 계획대로 올해 안에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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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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