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는 과연 거대한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서평>박경귀 저 ‘감추고 싶은 중국의 비밀 35가지’로 중국 톺아보기
2014년 9월 발생한 홍콩 민주화 시위를 두고 다수의 서방 언론은 “홍콩 혁명의 불똥이 타이완, 마카오를 거쳐 중국 본토에 옮겨 붙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콩 사태가 중국 내 소수민족들을 동요시켜 중국식 사회주의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분열론’이었다.
사실 중국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은 서방 학자들의 오랜 주장이다. 1990년대 소련이 무너졌을 때, 대부분의 서방 학자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완벽한 승리를 확신하며 ‘중국 붕괴론’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동유럽 국가들이 그랬듯 중국도 결국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국민 불안 가중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 중국은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일당지배 체제를 지켜냈다. 최근에는 군사력을 증강시키며 동아시아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현상까지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만이 미국의 전통적 자본주의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체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방 학자들의 전망이 보기 좋게 엇나간 것이다.
중국 전망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서, 당시 서방 학자들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중국의 복합적인 특성을 서구의 틀로 보다 보니 오류를 범했을 뿐이다. 5000년 역사 속에서 중국인들이 가져온 민족적 정서나 근성, 이들의 사유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 관념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 없이 미래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역사적 은원(恩怨)관계에 있었던 한국, 일본의 경우 중국의 굴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의 전후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국민성을 연구했듯, 우리도 정치·경제·외교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문화에 내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중국에 대한 숱하게 많은 책들 중에 박경귀 선생의 ‘감추고 싶은 중국의 비밀 35가지’가 눈에 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관심인지도 모른다.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서울특별시 공기업 경영평가단장, 국방부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단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통'이다.
하지만 소위 '학자입네'하며 중국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여타의 '중국통'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인문학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저자는 ‘고전 읽기’가 취미이다. 현재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으로 있으며 ‘고전 읽는 품격 사회’를 만드는데 매진하고 있다. 동서양 고전을 특강하고 토론하는 ‘Happy Classic 고전 아카데미’를 20여 차례 개최했고 2014년부터 격월로 시민공개강좌를 이어가고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그는 중국을 뚫어보고 있다. 단지 정치 경제 사화적 시각에서 뿐 아니라 중국을 인문학적으로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6월부터 1년 6개월 간 '데일리안'에 연재한 ‘중국 톺아보기’는 중국을 문화·심리적으로 해부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에 발간한 ‘감추고 싶은 중국의 비밀 35가지’도 ‘중국 톺아보기’를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연재 당시, 저자는 국인들은 복합적 이면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만으론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신드롬’에 냉철한 분석을 요구하면서도 중국의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적 식견과 심층적인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중국인 고유의 사유 방식과 행동 양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함을 역설했다.
‘감추고 싶은 중국의 비밀 35가지’는 중국의 아킬레스건, 즉 중국의 베일을 벗기는 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시중에 중국 관련 서적들이 수없이 출간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을 배제한 채 기존의 분석틀을 고집한 도서도 많다. 과거에 서방 학자들이 중국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오판을 했던 것처럼 비슷한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중국이 부상하다보니 무조건적인 찬양으로 우호적 측면만을 조명하는 서적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주로 정치적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제·산업 분야에서만큼은 완벽하게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중국식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치·경제 분리를 완벽히 해낸 중국식 체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평한다.
그러나 ‘감추고 싶은 중국의 비밀 35가지’는 조금 다르다. 여기에 모은 35권의 국내외 지성들의 저작은 여러 주제에 걸쳐 중국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통찰을 내놓는다. 저자는 중국에서 1급 금서로 취급되는 책을 인용하면서까지 냉철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이 책에서는 중국에 대한 칭찬을 찾기 힘들다. 진짜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중국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몇 가지 한계점을 꼬집는다. 또한 중국의 화려한 외양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기존에 국내 학자들이 저어하여 주장하지 못하는 내용들을 과감히 다루고 있다. 만약 중국의 거칠고 폭력적인 이면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중국의 한계와 극복을 논하는 시각도 각양각색이다. 35명의 국내외 지성들의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서방 학자는 물론이고 홍콩 시민, 자국민, 일본계 동아시아 학자, 복지국가의 사회학자 등 최대한 다양한 위치에서 중국을 분석한다. 저자가 이들의 저작을 한국적 상황에서 재조명하여 평설하는 것은 덤이다.
35가지의 주제 역시 폭이 넓다. 그러면서도 제각각 깊이를 유지하고 있다. 총 여섯 챕터로 나뉜 이 책에서는 중국 5000년 역사를 통해 바라본 중국인들의 ‘민족성’부터 중국식 ‘힘의 외교’, 그리고 침탈과 위협으로 대표되는 ‘패권적 행태’까지 중국의 화려한 허상 뒤에 숨은 이중적 속성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허실도 꼼꼼히 짚어본다. 저자는 중국 정부의 지나친 관치와 국유기업들의 독점을 핵심 병폐로 꼬집는다. 또한 높은 성장률과 국유기업의 글로벌화 뒤에는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경제의 외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식 계획경제의 운용에 길들여진 중국 경제가 결국 각종 폐단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기존에 서방 학자들이 중국 붕괴를 주장하며 제기해 온 ‘정치 체제와 경제 제도의 연관성’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독자들은 '특별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황화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어떻게 작동될 수 있었는지, 중국 경제의 거품을 깨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는지,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상황은 어느 정도인지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중국 해부를 토대로, 한국이 중국과 발전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선결돼야할 쟁점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동아시아 패권 싸움에서 ‘새우등’ 터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이 대국들의 상호 협력적 관계의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티베트와 신장의 무력 합병, 사회 민주주의와 중국식 시장경제의 전격 비교, 중국 체제 내 지식인들의 한계 등을 언급하며 저자는 ‘중국 바로알기’에 열변을 토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은 물론, 전문 학자, 중국관련 연구자, 학생들이 중국을 총체적으로 판단하고자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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