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MB회고록 불만 “알고 있다고 다 말하면 안돼”
"내가 그뒤에 있는 얘기 다아는데..." 공개적 비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 초청 강연에서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회고록을 내셨는데, 그 뒤에 있는 내용을 내가 다 알고 있다”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된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에는 남북 간 비선접촉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동안 통일부는 “전직 대통령께서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껴왔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달 초 발간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는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우리 측에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비난하면서 “북남 비공개 접촉 과정을 왜곡하며 우리를 흘뜯는 추태를 부리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장관은 또 이날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당시 통일부를 외교부와 합쳐 외교통일부로 만들려고 시도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2008년에 통일부가 없어질 뻔했다. 지금도 직원들은 그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본부 직원 80명의 옷을 벗겼다. 말이 안된다. 그래놓고 통일을 하겠다고...”라면서 “유일 분단국이니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에서 최대 현안인 5.24조치 해제를 연계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남북 간에 대화를 하게 되면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북 경제협력은 5.24조치 때문에 되지 않고 있지만 5.24조치에 대해서 정부에서 검토를 해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본계약이 성사돼 우리 자본이 투자되면 그 다음에 5.24조치란 것이 굉장히 어색한 상황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류 장관은 남북러 합작 물류 프로젝트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로서도 사실은 골치가 아프다.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처음 시작된 것인데, (최근) 러시아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좋지 않고 러시아가 얼마나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질까 하는 것이 사실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경제개발특구를 하려고 하는데,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한국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메시지는 온다”며 “북한이 경제개방을 한다고 하면 우리가 도와주면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북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핵 문제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장관은 남북대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싸우더라도 만나야 한다. 만나면 분명히 북한은 또 꼼수를 쓸 것이고 약속을 안 지킬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럼에도 저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라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가 광복 70주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회·문화, 종교, 스포츠 등 분야(의 교류협력)는 정부가 될 수 있으면 다 허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람직한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북한이 와주길 바라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원하는 쪽으로 우리가 갈 순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