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 두 마리 토끼 잡으려던 여당 결국엔...
정의화 중재안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여당
'명분' 얻었지만 야당의 보이콧에 '실리'?
여야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16일로 연기하는 것에 12일 합의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려 했던 여당의 이같은 선택은 극에 치달은 여론의 눈치를 살핌과 동시에 16일 통과를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당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여러 차례 강력하게 오늘 중으로 합의된 의사일정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 의장은 ‘여야가 같이 출석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오늘 중으로 정 의장의 의사를 바꾸는 게 어렵다는 지도부의 판단이 있었다”며 합의 배경을 밝혔다.
조 원내수석은 이어 “또한 이번 뿐 아니라 앞으로도 남은 19대 회기 중 여야 관계와 국회운영을 원만하게 풀기 위해 양당 지도부의 입장을 다 감안해서 합의 봤다”고 부연했다.
이에 16일 오후 2시에는 야당이 불참할 시 여당 단독으로라도 본회의가 개최돼 인준안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야당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동의안 처리에는 합의하지 않아 16일에도 인준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확히 말하면 12일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는데만 합의했지, 세세한 안건에 대해 합의 된 것은 없다”면서 “당론은 이미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 요청을 한 상태이고 그대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정 의장이 강행할 시 당에서 강력히 어필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상정한다고 하면 막을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에 대해 “여야 간 의사일정이 완전 합의가 됐기 때문에 그 날(16일) 처리하면 된다. 야당은 어떻게 할지 모른다”라며 임명동의안 상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역시 16일에는 반드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만약 이날 안건이 통과가 된다면 설 연휴 직전 청와대의 소폭 개각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독 강행 불사하겠다던 새누리…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당초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던 새누리당은 한 발 물러섬으로써 일단 ‘날치기 통과’라는 비난을 피함과 동시에 여야 합의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명분을 얻었다. 반면, 야당은 이날마저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다면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앞서 10일과 11일 양 일간 이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밝혀진 여러 논란으로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여론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그럼에도 여당은 강경 돌파를 예고해왔지만 여론에 대한 부담감은 피할 수 없었다.
이를 눈치챈 듯 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야당지도부와 정 의장을 만나 의사일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며 합의를 이루기 위해 애썼다.
논의에서 여당 측은 정 의장을 향해 지속적으로 이미 합의 된 의사일정에 따라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고, 야당은 설 이후로 본회의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여야가 합의되지 않은 본회의는 열 수가 없다”며 사회권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날짜로 13·16·17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여당이 요구한 원래 예정됐던 일정을 미루면서 설 연휴 전으로 시한을 못박음으로써 국정이 장기간 마비됨을 방지하고 동시에 야당까지 압박한 셈이다.
여당은 협상 초기 본회의 사회권을 정갑윤 부의장에게 넘겨 이날 24시에라도 개회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 의장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여당은 결국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는 자연스레 정 의장을 향해 “왜 합의된 일정대로 해주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극한 충돌을 막는다는 명분을 위해서는 연기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야당 측은 16일 오전 의총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재정리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껏 흐름상 다시 한 번 본회의를 보이콧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은 이날 어떠한 모습으로 실리를 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