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 특권? 벨라라비, 호나우두 아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5.02.17 09:28  수정 2015.02.18 08:15

세기의 축구천재 호나우두도 드리블 남용 자제

그에 못 미치는 벨라라비에게 과한 드리블 '독'

호나우두에게 드리블은 특권이지만 벨라라비에게 드리블은 과욕이다. ⓒ 게티이미지

브라질 축구황제 호나우두(38·은퇴)에게 드리블 '남용(?)'은 특권이다.

호나우두는 전성기 혼자서 11명을 뚫고 슈퍼골을 작렬했다. 덕분에 “호나우두가 전술이다”라는 명언이 탄생했다.

호나우두는 마라도나 이후 16년 만에 출현한 세기의 천재였다. 축구 거장은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 리오넬 메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에게 드리블은 특권이다. 그러나 호나우두는 어느 순간부터 남용하지 않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후 역동적인 드리블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호나우두의 헛다리짚기 드리블은 부상 위험이 높았다.

급격한 방향전환으로 무릎에 과부하가 걸리기 일쑤였다. 결국, 호나우두는 특권(개인 전술)을 남용하지 않고 팀플레이어로 변모했다. 덕분에 호나우두는 ‘선수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고, 2002 한일월드컵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벨라라비는 호나우두가 아니다

전 세계에는 호나우두를 보며 자란 축구 선수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3·파리 생제르맹)가 꼽힌다. 이들은 평소 입버릇처럼 “호나우두를 존경한다.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호날두는 자수성가한 케이스다. 하루도 웨이트 트레이닝(근력 강화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티타늄 갑옷’을 걸친 듯하다. 근육이 관절을 보호해 부상 위험을 줄였다. 호날두가 호나우두의 헛다리짚기 드리블을 꾸준히 모방해 구사한 비결이다.

즐라탄은 태권도 기술에 호나우두의 기술을 접목, 다양한 드리블 실력을 뽐낸다. 그러나 이들조차 개인 전술에 집착하지 않는다. 현대축구에서 드리블 남용은 ‘독’이기 때문이다. 압박 타이밍이 빠르고 태클도 깊숙해졌다. 또 볼보다 빠른 선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1980~90년대 축구스타일에 젖은 선수가 있다. 레버쿠젠 카림 벨라라비(24)다. 레버쿠젠 서포터는 “벨라라비가 가끔 자신을 마라도나로 착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실제로 벨라라비는 최근 드리블 남용으로 공격 리듬을 끊기 일쑤다. 축구는 팀 스포츠인데 벨라라비는 혼자서 무리하게 11명을 상대하고 있다.

벨라라비 곁엔 손흥민, 슈테판 키슬링 등 좋은 공격수가 있다. 그러나 벨라라비는 어려운 길을 택한다. 스스로 골을 넣어 해결하려는 그릇된 ‘슈퍼맨’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손흥민도 벨라라비처럼 기술을 갖춘 공격수다. 그러나 드리블을 남용하지 않는다.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 지난 14일 볼프스부르크와의 '2014-2015 분데스리가' 21라운드 홈경기가 좋은 예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에만 3골을 폭발해 독일 무대 두 번째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손흥민 3골은 개인전술과 팀 전술의 조화였다. 첫 골은 침투의 중요성이 돋보였다. 두 번째 골은 공간의 활용, 세 번째 골은 간결한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빛났다. 손흥민 위치에 벨라라비가 있었다면 해트트릭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벨라라비는 공간 활용법에 미숙하다.

축구에서 개인전술은 필요하다. 그러나 남용은 독이다.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서라도 볼을 질질 끄는 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벨라라비는 ‘축구 거장’ 호나우두 급이 아니다. 호나우두에게 드리블은 특권이지만 벨라라비에게 드리블은 과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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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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