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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빈 강정' 논란 통준위, 금년 문은 열었지만 "글쎄..."


입력 2015.02.17 09:32 수정 2015.02.17 09:41        하윤아 기자

122개 달하는 시민자문단 의견 수렴하는지 의문, 행정 처리도 미흡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단 집중토론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새해 첫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올해에도 흔들림 없는 통일과 통합의 과정을 연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통준위 자문단체로 등록된 일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통일준비위원회가 ‘속 빈 강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관협력을 통한 한반도 통일 준비’라는 그럴듯한 목적만 내세울 뿐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통일 실천 방안에 대한 민간단체의 의견 수렴 없이 형식적인 활동만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집중토론회의에 앞서 박 대통령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작년 8월에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전체회의를 열어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분과별 회의나 세미나 등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통일의 과정과 통합의 과정을 연구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통준위 시민자문단에 많은 민간단체들이 포함돼 있다”며 “민간단체들의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을 통해 시너지가 발휘된다면 장차 남북간 교류의 통로가 열리게 되고 발전적인 성공모델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자문단에 포함된 일부 시민단체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출범 이후 통준위 활동이 단순하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민관 협력의 진정성이나 국민의 통일 의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의 사무국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자문회의에 참여했는데 통일 준비에 대한 일반적인 것들만 거론하는 판에 박힌 회의였다”며 “실행 가능한 것, 실천적인 것들에 대한 논의는 없고 이때까지 나왔던 구구한 이야기들만 있어 핵심이 빠져있다고 느껴졌다”고 직접 회의에 참석한 후 느낀 바를 언급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는 현재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자문단체로 통준위에 등록돼 있다.

서 사무국장은 “통준위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계획으로 어떤 것들을 실천하고 어떤 것들을 수행해나갈 것인지 국민에게 알려야하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며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이름만 걸어놓고 있어 참 답답한 상황”이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통준위가 나름대로 여러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결정적 제안을 하고 그 제안으로 국민들의 힘을 합칠 수 있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통일운동을 준비하면 통일 여론도 끓어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법제도 분야의 자문단체로 등록된 시대정신의 유재길 사무처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분과위원회 모임에 딱 한 번 참석했는데, 분과 토론이나 의견수렴 절차나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첫 모임에 참석한 이후 다른 자문단체에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유 사무처장은 “통준위가 처음 만들어질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대통령이 통일 준비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 해보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았지만, 위원회를 만들어 놓는다고 민관 협력이 과연 어느정도 될지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런 걱정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회·문화 분야 자문단체로 포함된 북한인권학생연대의 문동희 대표도 그간의 통준위 활동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 대표는 “목적 자체가 민간과 협력한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민간과 함께 한 것이 없고 회의 내용도 알려진 게 없어 민간단체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통준위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니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역시 단 한 차례 분과 회의에 참석했다는 그는 “의견 청취 형태는 갖추긴 했지만 형식적 절차로서의 의견수렴 과정이었고, 실제 (단체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확인도 안 되고 있다”며 “민관이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자고 했는데 지금 발족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홈페이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시민단체나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면 통준위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토론을 하거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실제 통준위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자문단체로 등록된 한 단체에는 통준위 차원의 회의 공지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통준위가 100여개에 달하는 단체를 시민자문단으로 선정해 놓고 민간 차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통일 실천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제대로 된 행정 처리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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