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20년까지 핵무기 100기 보유설 과장 아냐"
미 조엘 위트 연구원 주장에 대해 국내 전문가도 대체로 수긍
"북, 지금보다 적은 양 핵물질로 핵폭탄 만드는 작업 진행 중"
북한이 2020년까지 1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됨에 따라 실제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2020년까지 핵무기 100기를 제조할 만한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4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의 북한 핵무기 고성장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까지 100기의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 북한이 외국 기술과 정보를 활용해 지금보다 훨씬 빨리 핵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도 2020년까지 북한의 핵무기 100기 보유설은 허황된 주장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현재도 우라늄핵폭탄의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자체생산하고 있고 적은 핵 원료로도 큰 폭발력을 내는 고폭실험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14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0년대에 영변 핵시설의 5MWe 원자로 가동 후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이렇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40kg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정도의 플루토늄 양이면 플루토늄탄 4~5기 정도는 보유할 수 있는 양으로 본다.
여기에 핵무기의 소형화 작업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기존보다 적은 양으로 핵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까지 북한의 핵무기 100기 보유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북한이 1년에 HEU를 얼마나 생산하고 있는가다.
북한은 지난 2010년 미국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핵물질인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공개된 시설을 통해 북한이 1년에 HEU폭탄 2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시설 일부만을 해커 박사에게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26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북한이 해커 박사를 불러서 보여준 농축시설들은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가진 것을 외부에 모두 공개하는 핵외교를 할 리 없다”면서 “특히 2010년에 시설을 공개했는데 원심분리기가 2010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전부터 이미 HEU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북한이 2010년부터 HEU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2008년 정도부터 HEU 확보를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해커 박사에게 공개한 시설 외에 다른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다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보유할 수 있는 핵무기의 양으로 플루토늄탄 4~5기, HEU탄 15~20기 정도로 추정한다. 여기에 북한이 적은 핵물질로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고, 공개된 원심분리기 시설보다 큰 규모의 HEU 추출시설을 확보했다면 핵무기 100개 보유설은 허황된 주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인균 대표는 “북한이 소규모 고폭탄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양보다 적은 양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가지고 충분히 핵폭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보다 적은 양의 핵물질로 핵폭탄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2020년까지 핵무기 100개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우 교수는 “2020년까지 북한이 100개의 핵폭탄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은 조금 과장된 측면은 있다”면서 “하지만 플루토늄탄을 제외한 HEU탄만 따져봤을 때 2020년까지 50개 이상의 폭탄을 확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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