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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인권때문에 CCTV 부결? "아동인권은 개권인가"


입력 2015.03.04 10:50 수정 2015.03.04 11:04        하윤아 기자

과반수 채우지 못해 부결…여야 모두 난감한 입장 표해

학부모, 네티즌 원성·비난 확산 "통과시키겠다더니..."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 CCTV가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동학대 예방 대책으로 마련된 어린이집 폐쇄회로 TV(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법안 통과를 위한 재석의원 과반수(86표)에 단 3표가 모자랐다.

이에 학부모들은 당초 국회와 정부가 나서 통과시키겠다고 한 법안이 정작 통과의 문턱에서 좌절되자 “부모들의 불안감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불만 섞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가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통과시키려 했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어린이집 운영자에 대한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어린이집 운영을 향후 20년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앞서 지난달 24일 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지 꼭 일주일 만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결과 출석의원 171명 가운데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법안에 반대한 의원 42명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명, 정의당 의원이 4명이었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1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선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CCTV 설치는 타당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보육교사 양성체계와 지도감독 기관의 역할을 바로잡아야지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무난한 가결’ 예상 빗나가자 여야 모두 난감한 입장 표명

지난 1월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를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 불 붙었고, 국회는 이 같은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가결될 것이라고 전망됐으나, 예상과 다르게 부결되면서 여야 모두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표결에서 기권표가 반대표보다 많이 나온 점을 들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CCTV 설치에 강력 반대하는 어린이집 원장·교사들의 표심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굴복한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입김이 센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의 로비·압력설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회의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만나 “꼭 처리해야 했는데 찬성토론을 하지 않은 게 부주의였다”며 한숨을 내쉬었고, 당 차원의 보완책을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같은 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재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앞서 당정 협의 당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던 만큼 여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의원들의 표 단속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아동학대근절특위에서 여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신의진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했다.

신 의원은 “CCTV는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물리적 안전장치”라면서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상처받은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도 본회의 부결 직후 브리핑을 갖고 “여야가 합의하고 복지위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한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돼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속한 시일 내에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개선책 마련을 추진할 것을 약속한다”며 학부모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학부모들 “국회의원들, 학대 걱정하는 부모 심정 아나” 아쉬움·답답함 토로

그러나 법안 부결과 관련, 학부모들의 반발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기윤 씨(34)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CCTV 의무화가 우리 아이를 포함한 연약한 어린아이들에 대한 학대를 방지하는 데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돼(부결돼) 마음이 좀 그렇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지금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 터지니 학부모로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정부에서도 CCTV 의무화를 하겠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이 모양이다”라고 비난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경복 씨(43)역시 “CCTV가 아이들에 대한 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하지만 부모들이 그거라도 설치해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의원들이야 아이 돌보는 사람이 따로 있는지 몰라도 이런 부모들의 심정을 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인권만큼 우리 아이들이 학대 받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조차 부결된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다수의 네티즌들도 학부모들의 원성과 비난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트위터리안 ‘@ond******’은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법안이 부결됐다. 과연 국회는 무슨 생각인걸까”라며 “민의 보다는 재물에 굴복하는 자들이 국회에서 법안을 입법한다는 것 그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을 무시한 국회의원들을 비난했다.

보육교사들의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법안에 반대한 의원에 대해 네이버 아이디 ‘css1****’은 “어린아이, 노인, 장애인 같은 약자의 인권이 우선이지 원장이나 보육교사의 인권이 우선이냐”고 일침을 가했고, 다음 닉네임 ‘좋***’은 “교사의 인권을 논하기 전에 자기 의사 표현력이 없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며 CCTV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트위터리안 ‘@okm****’은 “CCTV를 달면 인권 침해라서 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공자님 말씀하시는 정진후 의원. 항상 공자님처럼 사시면 좋겠어요”라고 비꼬아 말하며 “개, 돼지만도 못한 인간들의 인권도 보장해줘야 하나? 아이들 인권은 개권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의원들이 어린이집 원장 표를 의식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네이버 아이디 ‘firn****’은 “어린이집 원장이 무서운지 애들 엄마들이 더 무서운지 선거 때 보자”라고 말했고, 트위터리안 ‘@cjj*****’은 “국민 뜻 무시하고 이익단체 로비에 굴복한 국회의원 명단 다음 선거에 꼭 참고해야 할 듯!”이라며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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