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꿴 강정호, 홈런만큼 인상적인 마인드
몸쪽 공 우중간으로 밀어친 타격 기술 백미
들썩이는 분위기보다 침착함 유지하는 마인드
해적선에 탑승해 첫 시범경기에 나선 강정호(28·피츠버그)가 화끈한 홈런포로 신고식을 치렀다.
강정호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서 6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회 2사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강정호는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애런 산체스의 낮은 직구를 잡아 당겼지만 유격수 땅볼로 물어났다. 이어 5-0으로 앞선 3회 타석에 등장한 강정호는 초구 직구를 파울로 만들었다. 그리고 2구째 다시 빠른 볼이 들어오자 결대로 밀었고 쭉 뻗어나간 타구는 우중간 펜스를 넘어 야자수 속으로 들어갔다.
강정호는 7-3으로 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가기도 했다. 이후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한 강정호는 8-4로 앞선 6회말 수비에서 교체됐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험난한 주전 경쟁이 불가피한 메이저리그에서 이제 갓 입단한 선수가 첫 경기부터 홈런 아치를 그린다는 점은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에 충분한 성적표다.
특히 홈런을 쳤을 때의 과정이 인상적이다. 강정호는 상대 투수의 가운데 몸 쪽으로 쏠린 공을 그대로 퍼올려 타구를 우중간 쪽으로 밀었다. 이는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츠버그의 허들 감독 역시 “아주 좋은 스윙이었다”며 강정호의 타격 기술을 칭찬했다.
홈런만큼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강정호의 침착한 대응과 긍정 마인드였다. 먼저 강정호는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특별한 세리머니를 했다. 양쪽 엄지손가락을 위, 아래로 붙이는 피츠버그 타자들의 일명 ‘해적 세리머니’였다. 이는 자신이 먼저 팀에 녹아들겠다는 의미다.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첫 시범 경기였지만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똑같다. 얼마나 자신 있게 하느냐에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시범경기 첫 홈런볼을 수집했는가란 질문에 “아니다. 연습경기이기 때문에 시즌에 들어가면 받겠다”고 무덤덤하게 밝혔다.
크게 흥분할 법도 했지만 국내에서처럼 냉정함을 유지하는 강정호의 마인드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그동안 큰 기대를 받으며 입단 초반 승승장구했지만 부담감에 억눌려 스스로 무너진 동양인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 출신의 니시오카 츠요시가 대표적이다.
일본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의 니시오카는 지난 2011년 포스팅을 통해 미네소타에 입단했다. 당시 구단 측은 니시오카를 잡기 위해 532만 달러를 퍼부었고, 계약 조건도 3년간 900만 달러로 큰 기대감을 실었다. 그의 입단식에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미네소타의 레전드 폴 몰리터가 참석할 정도였다.
니시오카는 시범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특유의 정교한 타격감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이겨낸 그는 시범경기 20경기에 출전 타율 0.345(58타수 20안타) 8타점 3도루로 구단 관계자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접어들자 그의 타격감은 온데간데없었다. 급기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서 수비 도중 충돌로 부상한 뒤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고 “기대 이하”라는 평가절하 속에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13년 일본으로 유턴했다.
니시오카의 전철은 강정호가 반드시 참고해야할 부분이다. 국내 언론 역시 강정호의 첫 홈런으로 크게 들썩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시즌은 길고 타격감은 유동적이기 마련이다. 니시오카처럼 불의의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주위의 설레발을 물리치고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강정호의 마인드에 박수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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