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없다는 새정치련, 천정배 대항마는 있나
천정배 "새정치련 희망 잃어버려…자랑스러운 광주 시민의 후보로 출마"
4.29 보선 전패 시 문재인 지도부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 불가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보선 전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야권 후보 난립으로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의 판세가 새정치연합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옛 민주당의 성지인 광주에서도 집안싸움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천 전 장관은 9일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서부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기력에 빠진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고, 희망을 잃어버린 야권을 재구성해서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는 것이 내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이라며 “4.29 보궐선거에 자랑스러운 광주 시민의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천 전 장관은 당내 최대 계파이자 문재인 대표가 실질적 수장으로 있는 친노계를 겨냥해 “언제부터인가 당은 비전을 상실하고 소수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는 정당으로 전락했고, 정권교체에 실패해도 반성과 쇄신은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서 “그 중심에는 계파 패거리 기득권 정치가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수차례 천 전 장관의 탈당을 만류했다.
문 대표는 지난 4일 전북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천 전 장관이) 이번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면 우리 당의 경선에 참여해주길 바랐고, 그렇게 권유도 했었는데 만약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며 “최종적으로 확정한 게 아니라면 다시 한 번 그런 권유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라는데, 우리 당에서 큰 책임을 맡았던 분이 당 분열에 앞장서는 것은 본인 이미지에도 맞지 않고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오늘 탈당을 제고하고 정권교체를 향해 동지로서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말하면서 최후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 전 장관이 끝내 탈당을 강행함에 따라 향후 광주 서구을 보선은 새정치연합 후보와 천 전 장관이 맞붙는 양강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서구을은 광주의 다른 지역과 달리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9대 총선에서 39.70%를 득표했던 지역인 만큼, 새누리당의 존재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연대를 추진 중인 정의당과 국민모임의 단일후보가 얼마만큼의 표를 가져가느냐도 이번 서구을 보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정치연합 내에 천 전 장관의 마땅한 대항마가 없다는 점이다. 야권 후보가 난립한다고 해도 큰 틀에서 야권 대 새누리당의 구도로 전개되는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과 달리 광주 서구을은 출마자 본인 외에 모든 후보가 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권 후보간 진흙탕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는 조영택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전 의원)과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중앙당 법률위원장), 김성현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이 4.29 보선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천 전 장관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조 위원장은 인근 지역구인 서구갑에서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경력이 있으나, 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했던 19대 총선에서는 18.55% 득표에 그치며 낙선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지역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경선 불참이라는 배수의 진까지 쳤으나 조 위원장에 밀려 탈락했다.
이밖에 김 전 처장은 민주당 시절 광주시당 사무처장 외에 이렇다 할 당내 경력이 없다.
전남 무안군 출신인 천 전 장관 역시 광주와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으나 경기 안산에서 3선 국회의원, 당 원내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쌓아올린 인지도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4.29 보선 전 지역 경선이라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한길 의원 등 일부 중진들은 당에 전략공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전략공천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고, 경선 과정에서 전략공천을 말하는 것은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으로써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처럼 광주 유권자들의 ‘의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지난해 광주 시민들은 당 지도부의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선거기간 초반 강운태 전 광주시장을 지지했으나, 선거 당일에 가서는 새정치연합의 윤장현 후보(현 광주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특히 이번 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전패’라는 성적표를 거둘 경우 문재인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지는 만큼, 광주 시민들이 지난해처럼 당 지도부의 구원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오는 14일 보선이 열리는 세 지역에서 일괄적으로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선은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진행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