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물탱크' 길렌워터의 대반격
창원LG 에이스 제퍼슨에 당했던 1차전 아픔 설욕
37점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첫 승리 이끌어
고양 오리온스 트로이 길렌워터가 데이본 제퍼슨(창원LG)을 상대로 1차전의 빚을 톡톡히 갚았다.
오리온스는 10일 창원체육관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37점 퍼부은 길렌워터 원맨쇼에 힘입어 창원LG에 76-72 신승했다.
1차전에서 20점차(62-82) 대패했던 오리온스는 적지에서 이틀 만에 분위기를 바꿔 플레이오프를 원점(1승1패)로 돌리고 홈 고양체육관으로 돌아가게 됐다. 양 팀은 12일 고양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른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초반부터 외국인 득점기계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1차전에서는 LG 데이본 제퍼슨이 골밑을 장악하며 24점·17리바운드로 경기를 지배했다.
LG는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크리스 메시를 1차전에서 투입하지도 않았다. 오리온스는 길렌워터가 17점을 기록했지만 팀의 완패를 막지 못했다. 리오 라이온스도 12점에 그쳤다. 둘의 공헌도를 합해도 제퍼슨 한 사람 활약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길렌워터는 중반 이후 부쩍 힘이 떨어진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에 빗대 '물탱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최근에는 '그냥 물'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들었다. 라이온스가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후에는 선발명단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1차전의 완패로 길렌워터와 라이온스 조합의 영양가는 또 도마에 올랐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1차전 완패 이후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2차전에서 길렌워터를 다시 공격의 중심에 내세운 것이 가장 두드러졌다. 길렌워터는 1쿼터에만 16점을 몰아넣는 등 단단히 독기를 품고나온 모습을 보이며 초반 오리온스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LG 에이스인 제퍼슨에 대한 수비 방식도 달라졌다. 이승현이 제퍼슨을 전담마크하고, 제퍼슨이 장기인 돌파를 시도하여 골밑으로 침투하면 길렌워터나 라이온스가 도움수비를 시도하는 방식을 내내 유지했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제퍼슨은 이날도 22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승부처에서의 파괴력은 떨어졌다. 이승현이 힘으로 버텨 쉽게 득점을 내주지 않고 제퍼슨의 체력에도 부담을 줬다.
오리온스에도 위기는 있었다. 제퍼슨이 다소 주춤한 틈을 타 문태종과 김종규가 공격 전면에 나서면서 LG에 다시 흐름을 내줬다. LG는 길렌워터가 파울트러블에 걸려 4쿼터 초반 벤치로 들어간 틈을 타 오리온스의 지역방어를 공략하며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투입된 길렌워터가 승부처에서 폭발했고, 한호빈과 김동욱이 상대 파울을 끌어내 자유투를 차곡차곡 적립하며 승기를 잡았다. 길렌워터가 다소 주춤했던 3쿼터 9점을 넣으며 공격의 활로를 열어준 슈터 허일영(13점)의 활약도 돋보였다.
오리온스는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대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길렌워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함께 라이온스의 어정쩡한 활용도는 숙제로 남았다. LG는 대체로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도 시작과 끝을 망치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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