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발광하는 '대북전단' 해법은...은밀하게 위대하게
전문가들 "대북전단, 우리의 비대칭 장점 중단은 안돼"
"보여주기식 살포 지양하고 필요하면 선조치 후보고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오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 5주기를 맞이해 북한의 사과가 있을 경우, 전단 살포의 전면적 중단 가능성을 밝히면서 북한에 공을 넘겼다.
박 대표가 조건부 중단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대북전단 살포가 '비공개' 전제하에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차원의 대북 심리전이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심리전 마저 중단된다면 그나마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전략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는 '심리전' 목적이 아닌 '정보유입', '북한 주민에 대한 교화'의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이 전단 살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송대성 건국대학교 초빙교수(전 세종연구소장)는 23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대북전단이라는 심리전은 북한이 핵실험하거나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비대칭 장점”이라면서 “언제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우리 눈치를 보고 한 적이 있었나”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떻다 해서 살포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 우리나라가 북한에 끌려가는 꼴이 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전단을 살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을 좌절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위협 ‘블러핑’에 대해서 우리도 비례적 대응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엄격한 대응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부당국은 우리 국민들의 안위에 대한 대비도 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력타격”, “모든 타격 수단 동원” 등 대북전단에 대한 위협이 실제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달 말 한미연합 연례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예정돼 있어 미국의 항공모함급 강습상륙함인 본험리처드함(4만1000톤 급)과 상륙수송함인 그린베이함(2만5000톤 급) 등 미군 상륙함 3척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비행갑판이 있는 본험리처드함에는 수직 이착륙기인 AV-8 해리어, 슈퍼코브라 등 공격용 항공기가 탑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는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방한할 예정이라 북한이 천안함 5주기를 전후한 기간에 무력 대응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으로서는 26일을 전후로 한 시기가 움직이기 가장 위험한 시점”이라면서 “오히려 북한의 무력 대응이 예상되는 시점은 쌍룡 훈련 종료시점이나 미 합참의장의 방한이 끝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북전단, 완전 비공개로… 필요하다면 '선 조치 후보고' 식으로"
아울러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살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북전단 살포가 예고나 선전 등 '보여주기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개 살포, 예고 살포 등은 필요 이상의 ‘남남갈등’만 조장한다는 것이다.
신인균 대표는 “최근 북한이 ‘화력타격’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니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쥐도 몰리면 무는 법이기 때문에 북한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를 대중에 보여줘야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선조치 후보고’ 식으로 해도 되지 않나”면서 “공개방식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활동에 대한 순수성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전단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면서 지속적인 논란이 돼왔다. 여기에 최근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개성공단 기업들도 "전단 살포억제가 임금협상의 중요 요소"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3일 “북한이 천안함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경우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중단하겠다”면서도 “북한이 사과하지 않으면 26일 이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지난 1월, 천안함 5주기를 전후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히면서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살포 가능성도 제기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아직 드론을 이용한 전단 살포는 정해진 것이 없다. 4월에 미국 인권재단(HRF)이 들어오는데 그때 가봐야 (드론을 이용한 살포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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