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도 아니고" 새정치 공무원연금안, 노조도 '거부'
새정련 "중하위직 공무원연금 현행 수준 유지, 보험료 인상" 애매모호
새누리 "무슨 난수표도 아니고 실망" 공투본 "합의정신 무시"
새정치민주연합이 25일 공무원연금 일부를 국민연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하면서 중하위직의 연금 수준은 현행 유지하는 방안을 담은 자체 개혁안을 공개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공무원노조 측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새정치연합의 안은) 적정 노후소득의 보장을 위해 중하위직 공무원연금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고,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당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의 안에 따르면 현행 공무원연금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 7%와 지급률(공무원이 받는 연금액 비율) 1.9%를 국민연금과 동일한 비율인 기여율 4.5%, 지급률 1.0%로 운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야당은 전체 기여율과 지급률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적용한 새누리당과 정부의 기초제시안과 달리 나머지 기여율인 2.5%와 지급률 0.9%-베타는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 방식을 적용했다. 이와 같은 안에 따르면 전체 기여율은 현행보다 다소 늘어나고, 지급률은 다소 줄게 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기여율 인상 수치와 지급률 감소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재정절감 효과 역시 “여당안보다 훨씬 크다”고만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새누리 "그리스 문자로 호도하지 말라, 무슨 난수표도 아니고..."
이처럼 야당이 세부적인 숫자를 빼놓고 개혁안의 윤곽만 공개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애매모호하고 부실한 대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 여당 간사인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전체적인 구조를 어떻게 할지, 현재 받는 비율을 얼마로 할 지를 조성해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무슨 난수표도 아니고 이런 식의 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실망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연금안의) 방향성은 읽혀지지만 알파가 얼마이냐에 따라 얼마나 더 낼지, 덜 낼지를 모르는 것이다. 숫자와 완결구조가 없으면 얘기하기 힘들다”며 “모든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야당이 내놓은 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내용이 없고 부실하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이날 인천 서구에서 열린 당원교육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 동안 공무원 표와 국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비겁한 행동을 취해온 새정치연합이 자체 개혁안을 낸다고 냈는데 역시 예상한대로 모호한 수치로 헷갈리게 하고 있다”며 “비겁한 행동을 더 이상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야당의 안은) 명확한 수치 대신 애매모호한 표현뿐인 야당 개혁안은 기다리느라 허비한 시간에 비해 무척이나 허무하다. 개혁의 취지를 실현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며 “매우 실망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이종훈 원내대변인도 “오늘의 야당안은 ‘협상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면피성 안에 다르지 않다”며 “야당은 알파, 베타, 감마와 같은 그리스 문자로 호도하지 말고, 책임 있는 구체적 수치가 포함된 단일 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비꼬았다.
공투본 "정치야합은 107만 공무원 투쟁으로 맞설 것"
이와 함께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도 야당의 개혁안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은 재정추계나 이런 부분들을 거짓과 왜곡으로 이간질하는 데에만 앞장섰다”며 “그러나 오늘 새정치연합마저도 대타협기구 합의정신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안을 제출했다”라고 주장했다.
변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에서 이 안이 마치 공투본의 입장과 사전에 합의가 된 것 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라며 “새정치연합은 새로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전반에 관한 우리 사회의 노후복지, 사회보장에 대한 틀을 전면 제고하는 안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김성광 공투본 집행위원장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단체와의 신의를 저버린 채 기자회견에서 안을 발표했다”며 “지금이라도 (공투본과) 합의 없이 (개혁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노후를 정치야합으로 팔아먹으려는 여야 일체 시도를 중단하라”며 “당사자 합의 없는 정치야합시도, 107만 공무원 투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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