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변호사' 오병주 "생명 바친다더니 빈말 아니었다"
"마지막 전화 때 목소리 침울…정면돌파 권했었는데 안타까워"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 성 전 회장의 변론을 맡았던 오병주 변호사는 생전 성 전 회장이 "생명을 바쳐서라도 억울함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던 게 빈말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오 변호사는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성 전 회장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나에게 '생명을 바쳐서라도 내 이름 석자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그 뜻을 강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말로만 알아들었다. 이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심경의 변화를 갖고 있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이 자원개발에 관련된 수십 개 회사 중 가장 먼저, 대표적 사례로 수사 받는 것에 대해 수사 대상 선정에 있어 억울하다는 말을 나에게 여러 차례 했었다"며 "자원외교와 관련해 융자 받은 금액이 300억~400억원 되는데 이에 대해 경남기업 차원에서도 340억원 손실을 입었었다. 성 전 회장은 정부 융자금을 빼돌리거나 본인이 1원이라도 착복한 바가 없다고 내게 여러 차례 말했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그러면서 "(관련) 수사는 성 전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계속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경남기업은) 회계책임자에게 성 전 회장이 2004년 이후 위임전결구조를 들어 전권을 주고 대신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규정까지 뒀기 때문에 주식회사 기본법리에 따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다.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은 본인의 정치활동에만 전념하고 한 달에 한 두 번 사후보고를 받는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지난 8일 밤 10시 30분쯤 변론서 작성 건과 관련해 성 전 회장과 전화통화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면서 "전화할 때 (성 전 회장의) 목소리가 침울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평소 모범적인 기업인으로 생각해왔다"며 "변론을 맡은 뒤 매일 만나 설렁탕, 김치찌개 등을 먹으며 소탈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오 변호사는 "(내가 성 전 회장의 사건을 봤을 때) 법정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사건으로 보였고 그래서 성 전 회장에게 의지를 갖고 정면돌파하라고 여러 차례 권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고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이 남긴 유서와 관련 "나도 유서 내용을 보지 못했다. 아마 내용은 유가족들이 특이한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가정이나 자녀들에 대한 말을 한 게 들어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할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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