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 야신의 한화, 새로운 악연 시작?
한화 투수 이동걸 빈볼, 황재균 엉덩이 맞고 분노
김성근 감독, SK 시절에도 잦은 빈볼시비-기 싸움
새로운 악연의 시작인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첫 벤치클리어링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한화전에서 15-2 대승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2승 1패)로 장식하며 7승5패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한화는 5승 7패를 기록하게 됐다.
롯데는 올 시즌 벌써 세 번째로 4일 휴식 이후 등판한 한화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를 공략, 1회에만 타자 일순하며 7점을 뽑았다. 2회와 5회에도 각각 4점씩 추가한 롯데는 15-1까지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급기야 5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일이 터졌다. 한화는 세 번째 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에 초구와 2구에 연달아 몸 쪽에 바짝 붙였다. 위협구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결국, 3구째는 이동걸이 던진 공이 결국 황재균의 엉덩이에 명중했다. 정황상 명백한 빈볼이었다. 황재균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마운드 쪽으로 걸어 나왔고 곧이어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양 팀 일부 선수들은 잠시 언쟁을 주고받았지만 더 이상 큰 불상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투수 이동걸은 고의성이 짙은 빈볼이라는 판단에 따라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에 한화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하기도 했다.
이동걸은 왜 황재균에게 위협구를 던졌을까. 정황상 1회에서의 상황이 빌미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황재균은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타선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롯데가 타자 일순한 가운데 1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다시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후속 김문호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당시 롯데는 7-0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황재균은 2회에도 우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치며 이날 맹활약하고 있었다.
야구에서는 흔히 점수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번트나 도루, 투수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존재한다. 7점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한 것이 한화 측에서는 불쾌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는 초반이었고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야구다. 한화 측의 빈볼이 어떤 명분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양 팀의 이날 악연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위협구의 배후에 김성근 감독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물론 한화 벤치 측에서 직접 빈볼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신인급 투수들이 벤치나 선배들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이런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을 때 한화 벤치가 최소한 이를 묵인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빈볼시비와 벤치클리어링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사령탑 시절에도 유난히 다른 구단들과 악연이 많았다. 두산, KIA, 롯데 등과 번갈아가며 빈볼시비와 기 싸움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향후 다시 만나게 될 한화와 롯데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시선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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