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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성완종 사태' 불똥…"우리는 피해자입니다"


입력 2015.04.22 12:00 수정 2015.04.24 15:22        이충재 기자

금융맨 "정치인이 만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압박"

“그게 순전히 정치권 이야기지, 우리는 피해자입니다.”

경남기업 채권은행의 한 임원은 21일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치며 이 같이 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금융계 인사들도 수시로 만났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은행권은 ‘피해자론’을 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성 회장은 우리에겐 ‘성 의원님’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에선 ‘전 회장’이라고 나오지만, 금융사에게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며 “금융권 사람들과 만났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부르면 나가야 하는 입장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금융권이 정치권 압력에 의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의 본질이 관치금융-정치금융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이 은행장에게 ‘돈달라’고 협박하는 게 아니라 만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압박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고,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슈퍼 갑’이라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십자가 매야하는 것 아냐?' 숨죽인 금융권

금융권은 피해자론을 펴고 있지만, 전방위로 확대되는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채권은행들은 경남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과정에 로비의혹 등이 금융사에 대한 책임론으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거론된 금융사들은 숨죽이고 있다. 공개된 다이어리 내용에 따르면 경남기업이 2013년 10월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후로 당시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이팔성·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 채권은행 최고경영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부담이다. 당장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전직 회장 이름이 오르내리는 우리은행은 금융권 전체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불똥이 튈까 숨죽이고 있다.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회장과 회장 내정자인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동시에 거론되며 내부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당장 금전적 손실보다도 검찰 수사와 이에 따른 혼란과 이미지 타격 등 장기적 손실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특혜의혹이 커질 대로 커졌기 때문에 피해가기는 어렵고, 어떤 방식으로든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본다”며 “타깃이 된 금융사는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영업현장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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