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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까지 골던 현영철, 황병서가 황급히 깨웠지만...


입력 2015.06.08 11:19 수정 2015.06.08 11:31        동성혜 기자

<단독>대북 소식통 숙청된 현영철 졸던 당시 상황 전해

"일부 장군들이 김정은에 일러 '젊은 애가' 발언 밝혀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월 30일 '불경죄'로 숙청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좌측 첫 번째)이 같은 달 24∼25일 김 제1위원장이 주재한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4~25일경. 제5회 인민군훈련일꾼대회에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66·대장)은 여지없이 졸았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코까지 골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현 인민무력부장을 보고 슬쩍 다리를 찔렀다. 졸지 말라는 신호였다.

북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이 전해준 당시 훈련일꾼대회에서의 졸고 있는 현영철과 깨우는 황병서의 모습은 생생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회의 단상 아래에는 장군들이 쭉 앉아 있었는데 현영철의 조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일부 장군들이 현영철의 태도에 대해 ‘오만불손하다’고 여긴 것 같다”며 “이를 문제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현영철에 대해 군 보위국과 보위사령부가 공동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는 현영철이 사석에서 김정은에 대해 “젊은 애가...”라며 폄훼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밝혀졌고 이 때문에 숙청 대상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김정은은 회의에서 졸거나 자신을 향해 ‘젊다’고 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김정은은 집권 4년차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어린 나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작은 오빠’ ‘작은 대장’ 등의 호칭을 매우 싫어해 ‘대장동지’로 부르게 한다”며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작은 일에도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관계자 역시 김정은은 회의 시간에 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고위 간부들에게 회의석상에서 졸지 말라고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최경성 특수군단장이 졸자 상장에서 소장으로(별 3개에서 1개로) 강등시켰다.

아울러 그동안 과거 영상에 노출됐던 현영철이 지난 4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새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에서는 김정은과 마지막으로 활동한 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 행사가 통째로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영철 숙청이 사실임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한편, 졸고 있는 현영철을 깨우던 황병서가 김정은 앞에서는 바짝 군기가 든 모습이 공개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7일 ‘인민군대 사업 현지지도 주체104(2015) 4-5’란 제목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이 영화에서 황병서는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김정은을 근접 수행하며 걸어가다 자신이 김정은보다 한 걸음가량 앞서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나온다.

황병서는 이후 황급히 네 걸음가량을 걸어 김정은의 뒤로 몸을 뺀 후 양팔을 들어 김정은을 떠받드는 모양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집권 초인 2012년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숙청된 이유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김정은과 비슷한 줄에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전제로 현영철 숙청 직후 북한 내부의 엄혹한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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