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자리 비우자마자 친박-비박 본격 대결?
차기 원내대표 놓고 일주일 내 갈등 증폭 가능성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자리에서 물러나며 여당 내 계파 싸움은 일단 한고비 넘긴 모양새다. 그러나 후임 원내대표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물러났을 경우에는 일주일 내로 후임을 선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오는 15일까지는 의원총회를 열어 후임을 뽑을 예정이다.
당이 최근 심각한 내홍을 겪었던 터라 섣불리 원내대표직을 탐내는 의원은 보이지 않으나 벌써부터 정계에서는 다양한 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매끄러운 당청 관계를 위해 친박과 비박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패해 눈물을 삼켰던 이주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온화한 성품으로 당내 소통에 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당내 의원들의 호감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비박계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면에서도 유리하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신분 상승' 가능성도 있다. 원 의장은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으며 원만한 성품으로 당내 화합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 압박을 받을 때에는 러닝메이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재안을 내는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심재철·정병국·정우택 등 중진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사건 때 범인 김기종 씨를 제압하는 데 일조를 해 유명세를 탄 장윤석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심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에 뽑히는 원내대표는 임기가 내년 총선이 끝나는 시점까지이기 때문에 최고위원 중 한 사람으로서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내 의원들은 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계파 간 치열한 물밑 싸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움직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원하는 인사 뚜렷히 밝힌 친박과 비박
그러나 당장 의원들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유 원내대표가 당 의원들에 의해 쫓겨나다시피하며 물러난 상황에서 후임 원내대표를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각 계파 별로 원하는 성향의 인물은 확연히 달랐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친박계 의원은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후임 원내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의원들 간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며 "향후 원내지도부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당청 관계를 잘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당청 간 구도가 잘 됐으면 좋겠다. 옛날 같으면 당청 갈등은 상상도 못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잘 돼야 여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사실상 친박 인사가 뽑혀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본보에 "아직 유 원내대표가 물러난 지 몇 시간 안 돼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해봤다"며 계획하고 있는 움직임은 없음을 알렸다. 그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못내 아쉬운 듯 "기분이 축축하다"며 다소 침울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유 원내대표를 잘라냈는데 친박 쪽에서 원내대표를 맡는다고 하면 당이 제대로 굴러가겠나"고 반문하며 "당내 화합이 제일 큰 관건이기에 화합을 할 만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합의 의심을 받을 소지가 큰 사람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친박 인사의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아직은 양 진영 간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은 모양새지만 원하는 결과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치열한 계파 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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