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바르고 목마..." 보령시 300만원 배상, 언론사 책임 없어

30대 여성, 허락없이 초상권 사용한 보령시 등에 소송

법원, 단순 보도한 언론사는 손해배상 책임 없어

보령머드축제 홍보물에 자신의 얼굴을 허락 없이 사용한 보령시 등에 소송을 낸 30대 여성이 보령시·축제조직위 등엔 승소했지만 언론사엔 패소했다. 사진은 17일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머드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 ⓒ연합뉴스

보령머드축제 참가 당시 찍힌 자신의 얼굴로 만들어진 포스터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21일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대연 부장판사)는 A 씨가 자신이 나온 포스터를 실은 언론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원심처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재판에서 "포스터에 진흙을 바른 채 다른 사람에게 목마를 탄 모습은 품행이 바르지 못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할 위험이 있다"며 "언론사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직위처럼 단순 제작, 편집, 수정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포스터를 단순 보도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2013년 5월 지인으로부터 지하철 1호선 보령머드축제 포스터와 보령시 페이스북에 자신의 얼굴이 홍보물로 올라왔다는 것을 알게됐다.

홍보물에 쓰인 사진은 A 씨가 온 몸에 진흙을 묻히고 누군가의 어깨 위에 목마를 탄 모습으로 누가봐도 A 씨임을 알 수 있는 사진이었다.

이에 A 씨는 축제 조직위 측에 항의했고 보령시와 조직위, 사진작가를 상대로 모두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의정부지법 남양주시 법원에 냈다.

1심은 패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당시 30대 초중반의 여성으로서 머리와 얼굴에 진흙이 묻은 사진이 알려질 경우 상당한 정도의 당혹감,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에게 총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진 사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문의하는 등 A 씨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A 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보령시 등은 포스터는 머드축제를 널리 알리려는 공익 목적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얼굴 사진을 넣어야 할 필요나 초상권 보호 절차를 생략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보령시 등은 상고했지만 올해 대법원에서 기각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