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렸든 나갔든 유승민 파동 그 이면을 봐야한다
<자유경제스쿨>좌파경제정책 주장 대중적 인기
정부 기구 확대해 민간 영역 위축 '명약관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원내 대표직 사임 사태는 ‘정치적 파동’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주도해온 경제사회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의 정치적·정책적 입장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고, 대중적 지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향후 정치적 구도나 경제적 상황의 진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여당의 중진 의원이면서도, 복지확대와 증세, 양극화 해소, 재벌규제, 시장개혁, 정부역할 확대와 같은 좌파적 정책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 정책적 입장은 사회경제적 현안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챙기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간접적 방식, 입법 활동을 통한 합법적 방식, 상반된 정책 선택을 피해가는 절충적 방식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주도하는 중복지-중부담 정책이나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이런 정치적 자세(political posture) 때문에 다수의 여야 정치인, 지식인,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그는 합리적 보수주의자, 정치적 소신이 뚜렷한 정치인, 자본주의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정치인,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평가받기까지 한다. 의정 활동이나 대표직 사임 과정에서 자주 드러난 그의 독선적 언행은 그런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유승민 의원의 정치적 입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 법은 사회적 경제를 정의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란 영리 목적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이고, 그 주체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민간 기업들이다.
이들은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일자리 부족 문제, 양극화 문제와 같은 시장경제의 단점을 극복해주는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동 법은 이들 활동을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위원회와 같은 정부기구, 사회적 경제원과 같은 반관·반민 기구의 설립,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이라는 형식상의 민간 기금을 설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거창한 명분과 우회적 방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취약계층 지원, 자선활동, 소득재분배를 위한 입법이며, 결과적으로 정부 기구나 관료의 역할이 확대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론적 근거에서 경제민주화론, 자본주의 4.0,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과 다를 것이 없다. 지난 십수년 간 제정되었거나 거론된 동반성장위원회, 골목상권보호법1), 사회적기업육성법, 초과이윤공유론이나 일부 지자체가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운동2)과 같은 수많은 재분배 정책들을 강화 내지 확대재생산하는 성격의 입법3)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정책은 정부주도의 재분배 정책이라는 성격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정책의 효과와 상관없이 민간 영역의 축소와 정부 부문의 비대화라는 위험과 정부 비용의 증대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민간경제의 활력과 자생적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적 성장 기회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런 재분배 정책들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보다 우월한 결과를 낳지 못한다. 미국의 뉴딜정책이나 위대한 사회정책, 마가렛트 대처 수상의 개혁 이전의 영국, 스웨덴의 복지정책 수정에서부터 최근의 남부 유럽 사태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사실을 확인해 준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에 대해서 정치권과 대중의 심정적인 동조가 적지 않고 유사한 입법안들도 제안되어 있다. 사실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법안이나 관련된 정책 제안들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회경제 정책은 비록 우회적 방식을 취한다 해도, 이미 시도되었던 사회주의 재분배 정책의 재판이라는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책의 지지자들이 기대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단기적 정치적 이득에 집착하기 때문이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할 일이다.
다시 유승민 의원의 정치적 소신 문제로 돌아가 보자. 그는 스스로를 개혁적 보수주의자로 자처하고 있고, 에드먼드 버크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버크는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을 경계했던 진정한 자유주의자였다. 개혁적 보수론자들은 정부 역할 확대의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폐해와 후유증, 반자유적 성향에 더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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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법의 정식 명칭은 유통산업근대화법이지만 골목상권보호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마을공동체육성 조례 제정에 이어 각종 마을공동체 육성정책을 펼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 정책에 따라 마을운동가 육성, 코뮤니티 공동교육지원, 마을공동체 기업지원과 같은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고, 정책의 비용과 정치적 의도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도입하고 있는 따복마을(따뜻하고 복스런 마을)도 유사한 성격의 정책이다. 이 밖에도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정책들은 헤아라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이에 따른 예산낭비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3) 이 법은 2007년에 도입된 사회적 기업 지원법을 확대재생산한 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동법에 따라 사회적 기업 진흥원이 설립되고, 각종 지원 사업이 이루어졌지만, 대상기업들이 기대했던 고용효과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신규고용 창출보다는 기존고용을 대체하고, 주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기업들의 자생력이나 지속가능성이 극히 어둡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계류중이 유승민 의원 등의 '사회적경제 기본법' 발의안 이외에도 새정련(신계륜), 정의당(박원석)의 유사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이전에 발의된 유사법안들도 있다 (KERI 사회적경제 기본법 심포지엄 15-5 참조).
글/장대홍 한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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