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보다 더 큰 왜곡 강요하는 '교사지침서'
교과서에 대놓고 넣지 못하는 부분을 넣어
"불법은 처벌"을 "미국반대 처벌"로 해석
"...(중략)... 이어진 포고 제2호에서는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나 그 밖의 형벌에 처한다고 하였다."(한국사 지학사 교사용 지침서 중 일부 발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역사교과서의 ‘교사용 지침서’에 왜곡·편향된 내용이 기술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관측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참고하는 지침서 곳곳에서 왜곡·편향되거나 주관적인 평가가 ‘역사적 사실’인양 기술돼 있어 이 영향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학사 역사교과서의 교사용 지침서 344페이지에는 사료 원문의 내용을 왜곡, 교사들에게 교육 지침을 내리고 있다.
지학사 역사교과서의 ‘왜곡’ 부분은 ‘태평양 방면 미국 육군부대 총사령부의 포고 제2호’에 대해 파란색 글자로 교사들에게 관련 사실을 부연하는 대목이다. 지침서는 광복 이후 미군정이 시작된 1945년, 미군의 포고 제2호에 대해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나 그 밖의 형벌에 처한다고 하였다”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의 포고 제2호의 원문은 “미국인과 연합국인의 인명 또는 소유물 또는 보안을 해한 자, 공중치안질서를 교란한 자, 정당한 행정을 방해한 자 또는 연합군에 대해 고의로 적대행위를 한 자는 점령군 군율 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한 후 동 회의의 결정으로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한다”라는 내용이다.
위법행위를 한 자에 대해 처벌을 내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지만 지학사 교사 지침서는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라는 식으로 단순·왜곡된 설명을 곁들여 놔 교사들에게 반미감정을 촉발시키고 있다.
미래엔 역사교과서 교사용 지침서 316페이지에는 6.25전쟁의 발발 원인을 “‘이데올로기의 대리전’이자 ‘민족 내부의 갈등’이 얽혀 발발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고 학생 지도 가이드를 하면서 6.25 전쟁 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을 축소해석하고 있다. 특히 김일성의 주도로 소련과 함께 치밀하게 전쟁준비를 했다는 배경설명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327페이지에서는 향토예비군의 창설 취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해줄 내용으로 “북한의 4대군사 노선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향토 예비군이 창설됐다”고 의미를 축소해 지침을 내리고 있다.
특히 해당 설명을 1968년 1월, 북한 특수부대 침투를 기술해놓은 부분에 부연해놓음으로써 교사들로 하여금 1968년 이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향토예비군을 창설했다고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 향토예비군 창설관련 법령이 1961년에 제정됐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금성교과서 교사용 지침서 231페이지에서도 모호한 지도 지침을 내린 부분이 나온다.
교과서에는 6.25전쟁 이후 한국을 “유엔총회 결의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고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교사용 지침서는 “(유엔총회의 대한민국승인결의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한반도 전역에 걸쳐 통치권을 가졌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였다”고 교사들에게 지침을 내리고 있다.
각 교과서들의 교사용 지침서를 분석한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는 12일 ‘데일리안’에 “교과서에는 차마 싣지 못하는 내용들을 교사용 지도지침에 살짝 넣어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교사용 지침서들이 대부분 이런 상황이다. 세뇌용인 듯한 느낌도 받는다”고 지적했다.
지침서 뿐만 아니라 교과서 자체의 편향된 평가·서술도 문제다.
지학사 역사교과서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교류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면서도 당시 감행된 북한의 각종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수립 후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악화됐고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 마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이 시작됐다고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엔 교과서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반민족행위자 청산에 소극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한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
또한 해당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깎아내리고 남북 관계 경색의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이 언제 일어났는지 명시하지 않고 모호하게 기술하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대북 강경정책이 그 원인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서술을 보이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주체도 명시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이러한 이념적인 편향성 사례는 너무 많고 교묘하다”면서 “대충 보면 ‘뭐가 문제지?’라고 할 수 있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마치 1980년대 대학 신입생들에게 의식화교육을 시키는 교습서 같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