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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비리 의혹 제기 교사, 학생 정보 무단 유출


입력 2015.10.16 07:12 수정 2015.10.16 08:31        하윤아 기자

<단독>언론에 학생 동의 없이 전화번호등 개인정보 노출

서울시교육청, 학생 '인권침해 구제 신청'에도 미온적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등 국정감사에서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정철화 하나고등학교 교감(왼쪽)이 일반증인으로, 전경원 하나고등학교 교사(가운데 뒤)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의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한 해당 학교 소속 전경원 교사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과 무관한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노출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 교사는 대학 입시와 관련한 외부 강연에서 하나고 학생의 학교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는 물론, 교내 일부 교사들만 가지고 있는 진학정보 공유 파일 등을 학생이나 학교 측의 동의 없이 공개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전 교사는 지난 8월 26일 서울시의회에서 하나고의 입시 비리 의혹을 폭로한 뒤 일부 매체와 접촉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던 중 ‘전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하나고 사태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요구했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이 제기되자, 이와 관련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모 매체에 실제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하나고 2학년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넘겼다.

전 교사로부터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전달받지 못한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걸려온 모 매체 기자의 전화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전 교사가 어떤 상의나 설명 없이 전화번호와 이름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한 부분에 대해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학생들은 물론 해당 학생의 부모들은 전 교사가 본인이 밝힌 비리 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학생들을 진실공방에 끌어들여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전 교사에 의해 전화번호 등이 노출된 하나고 2학년생 A 양은 정보 노출에 따른 두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서울시교육청에 '학생인권침해 구제 신청'을 접수했고, 직접 교육청 소속 학생인권옹호관과 면담을 하는 등 보호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면담 일주일이 지나도록 교육청 측은 보호 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뿐더러, 면담 내용을 전 교사에게 누설해 해당 학생이 2차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부모에 따르면, 최근 A 양은 전 교사의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교육청 차원에서 전 교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으로 학생인권옹호관과 면담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뒤 전 교사는 A 양을 불러 인권옹호관과의 면담 내용을 이야기하며, 그 면담으로 인해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A 양의 부모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전 교사가) 알고 있어서는 안 되는 부분인데, 그게 어떻게 노출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선생님이 '네가 면담을 해서 경고를 받았다'고 말씀을 하셔서 아이가 너무 충격을 받았고, 계속 수업을 받아야 하고 선생님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니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에서는 학교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데 학생 인권과 학교 감사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학교 비리 문제와는 상관없이 개인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경고나 징계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데 (교육청에서는) 감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감사를 받고 고치는 게 맞지만 그것은 (문제를 제기한) 선생님과 학교, 재단, 교육청이 해야 할 문제고, 최소한 학생들은 건들지 말아야 한다"며 "감사를 떠나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이용한다는 게 나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의 학생 보호 조치가 미뤄지고 있는 점에 답답함을 느낀 A 양의 학부모는 현재 교사의 학생 개인정보 유출 건과 관련한 내용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A 양과 직접 면담한 인권옹호관은 본보에 "현재 하나고와 관련한 학생 인권 침해 사례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부분에서 민원이 인권센터 뿐만 아니라 감사실과 중등교육과 등 여러 군데에 퍼져 있어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권고문을 쓰려면 여러 판단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치가 늦어지는 부분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면담 내용이 전 교사에게 알려진 것과 관련, "면담 내용은 모든 것이 비밀이고 신상은 누구에게도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며 "(내용 누설은) 확인을 해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나고 학부모회 측도 "전 교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학생을 이용하고, 나아가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을 압박하는 비교육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며 학교 측이 전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징계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학부모회는 전 교사가 다수의 외부 강연에서 하나고 학생의 개인정보가 담긴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을 동의 없이 공개해 학생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사가 △학생 수강 과목별 내신석차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이 포함된 학생생활기록부를 교무업무시스템에서 출력해 외부 강연에서 활용했으며, 이는 초중등교육법 제67조·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교육공무원법 제51조·교육기본법 제23조에 명백히 위반되는 사항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학부모회는 전 교사가 개인의 성장 배경이 기록된 자기소개서나 개인 수능성적과 대학 지원 및 합격 현황 등의 정보가 담긴 교내 대외비 파일도 학생이나 학교 측의 동의 없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학부모회 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전 교사가 외부 강의나 외부 기고에 학생의 이름만 떼어내서 자기소개서 같은 것을 다 공개하는 일들이 많았다"며 "(이런 식으로 정보가 유출된) 당사자는 지금 대학에 가 있는 하나고 졸업생인데, 이 상황이 너무나 불쾌하고 심각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학부모회 측에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를 자처하는 전 교사가 그 동안 학교 현장에서 저지른 비교육적인 처사와 관련된 다양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리해 폭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 교사는 13일 본보에 "학부모님들께서 일방적으로 주장하시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혀둔다"며 학부모회가 제기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고3 담임 대상 연수나 장학관·장학사 대상 연수, 대학의 입학사정관 및 교수위촉사정관 대상 연수, 단위학교 초대로 진행됐던 학부모 연수에서 사용한 자료는 지금까지 단 한 가지 자료만을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했던 자료에는 학생의 소속 학교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학교 이름은 물론이고 개인 정보와 관련된 부분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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