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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둥켜 안고 오열 "건강하자"며 팔씨름도...


입력 2015.10.22 14:05 수정 2015.10.22 15:49        금강산 공동취재단 = 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이산가족 1차 상봉 작별의 날, 눈물만 하염없어

제20차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상봉에서 남측 딸 이정숙씨가 울먹이며 북측 아버지 리흥종씨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차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 상봉에서 남측 동생 박용득, 고웅, 수웅씨가 북측의 누나 박룡순씨와의 작별을 아쉬워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마지막 작별상봉을 한 남북 가족들은 맞잡은 손을 쉽게 놓지 못했다. 남북 가족들은 2시간이라는 짧은 작별상봉에서 “다시보자”라는 말을 나누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이산가족면회소에 먼저 도착해 있던 남측 가족들은 테이블에 앉은 채 하염없이 입장하는 출입구만을 바라봤다. 남측 가족들의 눈은 이미 붉어져 눈물이 고여 있었고 테이블 위로 올린 양손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초조함을 내비쳤다.

북측의 아버지 리홍종(88) 씨와 남측의 여동생 이홍옥(80)씨, 딸 이정숙 씨(68)는 아버지 리 씨가 상봉 테이블에 앉자마자 리 씨의 손을 각각 붙잡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여동생 이흥옥 씨는 “오빠 어떡해. 오빠 어떡해”라며 입술을 덜덜 떨며 말을 잇지 못하며 흐느꼈고 딸 이정숙 씨는 “아빠, 내가 또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리 씨도 여동생과 딸을 만나자마자 “지금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어. 오늘 아침에도... 자꾸 눈물이 나서”라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에 이정숙 씨는 아버지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며 “아버지, 어떻게 우리가 상상이나 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신지”라면서 오열했다. 그러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눈가를 손수건으로 연신 닦았다.

서로 “다시 보기위해 건강해야한다”며 ‘팔씨름’으로 마지막 만남의 순간을 보낸 이색적인 가족도 있었다.

북측의 누이인 리란히(84) 씨는 남측 남동생인 이철희(60) 씨에게 “(누가 더 건강한지) 팔씨름해보자”라고 하며 팔을 걷어 부치자 이철희 씨는 누이의 손을 잡고 “아이고, 우리 누님 힘이 아주 세신데요”라며 힘에 부친 듯 오른팔을 떨구며 패배를 시인했다.

리 씨의 “내가 이긴거지?”라는 말에 이철희 씨는 “네. 제가 졌어요 누님. 우리 누님 아주 건강하시네”라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갔다.

리 씨의 여동생인 남측의 이춘란(80) 씨가 “내가 열다섯에 언니랑 헤어져서 오늘 겨우 만났는데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나”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하자 리 씨의 딸인 오채선(54) 씨는 “우리 다 100살까지 살건데요, 통일돼서 또 만나요”라며 남한의 이모를 다독였다.

남한의 여동생인 박인숙(69) 씨는 65년만에 만난 오빠인 북측의 박동훈(87)씨를 업고 작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씨는 오빠에게 다가가 “업어드릴게요”라면서 박동훈 씨를 일으켜 업어주려 했지만 힘에 부쳐 포기한 채 오빠를 부둥켜 안으며 오열했다. 박 씨는 “3살 때 오빠가 절 많이 업어주셨내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대신 업어드리고 싶었어요”라고 흐느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작별의 순간을 ‘만담’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보낸 자매도 있다.

북측의 언니 남철순(82) 씨를 상봉장에서 만난 남측 남순옥 씨가 “언니 강단이 있으니 이렇게 전쟁도 이겨내고 살아서 만나 좋아”라고 말을 건네자 남철순 씨는 “내가 명이 길지. 길어. 폭탄이 나한테는 안 떨어지더라”고 화답했다.

이어 남순옥 씨는 울먹거리면서 “어머니 살아계실 때 언니 살아있는 거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니가 평양에서 잘살고 있다니 좋다”라고 건네자 언니 남철순 씨는 “내가 똑똑이라 그래”라며 넉살 좋게 동생을 위로했다.

남철순 씨는 “삼촌이랑 오빠는 가족들 못만나서 빨리죽었단 말야. 가족들이 다같이 같이살아야 하는데 이런 불행이 어딨어. 우리세대는 끝났어”라며 한탄해하는 동생에게 “오래 살아야해. 그래야 다시보지. 세대가 어디있니. 너희 만나 동생들 소식 들으니 마음이 안정된다”며 동성을 다독였다.

한편 제20차 이산가족상봉 1회차 상봉은 22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종료된다. 2회차 상봉은 오는 24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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