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짙어지는 김무성의 박 대통령 '사랑가'…왜?
공천 룰 갈등 제쳐두고 연일 박근혜 띄우기에 나선 김무성
전문가 "총선서 제 몫 챙기려는 의도인 듯"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언행이 예사롭지 않다. 공천 룰을 둘러싸고 벌인 신경전을 뒤로 한 채 '친박 모드'로 변한 김 대표의 모습에 다시 당·청이 한 배를 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해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면서 성사된 '5자 회동'에서 철저히 박 대통령의 편에 섰다. 김 대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자 "아직 집필진이 구성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서 그런 주장을 하지마라.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는데 그런 주장은 옳지 않다"며 박 대통령을 감쌌다.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점이 안타깝다"며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김 대표는 "걱정되면 야당도 좋은 집필진 구성에 참여하라"고 강조, 박 대통령을 거들었다.
경제활성화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청년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우리 아들·딸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지 않느냐"며 "여야 지도부의 결단으로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지만 김 대표는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정 운영이 어렵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족스러울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문 대표는 회동을 마치자마자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 인식은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거대한 절벽을 맞이한 듯한 난감함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그 말을 들은 김 대표는 "나도 똑같은 심정"이라고 맞받아쳤다. 박 대통령과 자신에 대한 지적에 사실상 '발끈'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외에도 최근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부쩍 띄우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과 만나기 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좌편향 한국사 교과서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김 대표는 "역대 대통령 중에 박 대통령만큼 깨끗하고 개혁적 사고로 밤낮을 자지 않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있나"고 극찬했다.
앞선 21일 경남 고성군서 재선거 지원유세에서도 "이렇게 개혁적인 대통령은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이라며 "지난 18대 대선 당시 고성군민들은 새누리당이 존경하는 박 대통령께 71%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한 지난 13일 방미를 목적으로 출국하는 박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배웅을 나서기도 했다. 확연하게 눈에 띄는 '화해 제스처'다.
김 대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놓고 박 대통령과 철저하게 각을 세워왔다. 김 대표가 추석 연휴 중 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잠정 합의하자 청와대는 즉각 이를 반박하며 충돌했던 것.
김 대표 측은 청와대의 반발 배경에 대해 박 대통령이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자신의 사람을 전략공천하기 위함으로 해석했고, 김 대표는 지속해서 "내가 당대표로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이를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는 강하게 부딪혔고, 결국 의총을 열어 당내 공천 특별기구를 설립해 공천 룰을 재논의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 문제로 다시 계파 갈등이 터졌고 3주째 봉합이 되지 않고 있다.
친박계는 당초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었으나 김 최고위원의 현역 컷오프론을 김 대표가 반대하자 당내 중진인 이주영 의원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이 의원마저 거절해 더 이상의 안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 김 대표는 기존 황진하 사무총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무성의 '친박 모드'는 내년 총선 지분 챙기기용?
이토록 치열하게 현재권력에 맞서던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한 '사랑가'를 부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당청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보폭을 맞추고 노동개혁 법안 처리에 함께 힘을 합치는 상황이라 하지만 총선을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구상하는 전략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친해지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집권여당의 대표라고 해도 현재권력에 맞섰을 때 손해가 크다는 계산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청와대와 각을 세워오던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가까워져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분을 더욱 늘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공천권을 전명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김 대표가 자신의 영역을 좀 더 구축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천 특별기구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 지지 않았다"며 "김 대표가 그것에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앞으로 당청관계의 방향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문제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본보에 "현재 윤상현·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와 유기준 해양수산부·유일호 국토해양부 장관 등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여의도로 복귀했다"며 "이에 대비해 한 쪽으로는 친박 쪽의 보조를 맞추면서 한 쪽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에 맞장구를 칠 지는 의문"이라며 향후 당·청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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