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손아섭과 황재균의 도전은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결국 무산됐다. ⓒ 연합뉴스
슬픈 예감은 이번에도 빗겨가지 않았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비공개 입찰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롯데의 손아섭과 황재균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오전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황재균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모두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바 있으나 각각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 받고 도전 의사를 접은 바 있다.
하지만 손아섭과 황재균의 경우 이들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단 한 팀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KBO리그 현역 타자 가운데 통산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아섭은 지난달 24일 먼저 충격의 포스팅 결과를 받아들였다. 당초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비롯해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흘러나왔지만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맞추는 능력은 뛰어난 교타자인 손아섭이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들에 비해 파워, 수비, 주력 등에서 특출 난 장점이 묻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FA가 아닌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도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포스팅을 통해 이중으로 돈을 지불해가며 손아섭을 영입할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김현수에 더 매력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다.
황재균 역시 마찬가지다. 손아섭의 실패로 기회를 얻은 황재균에게 내려진 메이저리그의 평가 또한 냉정했다.
물론 황재균의 경우 손아섭과는 다른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라는 점, 여기에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강정호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기대가 부풀었다.
하지만 황재균은 냉정히 말해 아직 리그에서 최고의 3루수라고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쉽지 않은 도전이 예상된 이유였다.
특히 황재균과 손아섭 모두 메이저리그 도전 선언이 다소 늦으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자신들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일찌감치 도전을 선언한 박병호를 보러 왔다가 무심결에 손아섭과 황재균을 눈여겨봤을 확률은 있지만 당시 거취가 불투명한 이들을 눈여겨 지켜볼만한 구단은 없었다.
물론 결과야 어찌됐든 두 선수의 도전정신 자체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무응찰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앞으로도 FA를 통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도 남아있다.
다만 다소 성급하게 포스팅을 추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지어 포스팅 결과가 나왔을 때 손아섭과 황재균은 모두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KBO리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평가를 두 선수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리그에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쳐온 선수들이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가 아닌 선수들을 향한 메이저리그의 시선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아직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에도 섣부른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를 맛 본 이들 역시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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