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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민심' 박 대통령 절대 지지층서도 "진박 경쟁 흉하다"


입력 2016.01.02 07:03 수정 2016.01.02 07:50        장수연 기자

여론조사 지침서 논란·황당 출마 선언문에 지역 주민들 눈총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 물갈이'의 진원지로 조명받은 TK(대구·경북)에 '진실한 박근혜계'임을 자임하는 '진박들'의 무리수가 난무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 물갈이'의 진원지로 조명받은 TK(대구·경북)에 '진실한 박근혜계'임을 자임하는 '진박들'의 무리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앞에서는 '진박'을 자처하지만 뒤에서는 여론조사 지침서 논란, 황당 출마 선언문 등으로 되려 진실함에 흙탕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 불거진 논란은 '유승민 맞불'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여론조사 지침서 배포'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에 맞서 대구 동구을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이 전 대구 청장 측에서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론조사 응답 지침서가 29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해당 지침서에는 "40~50대 이상은 조사대상이 많아서 빨리 마감되어버리기 때문에 반영이 잘 안 되지만 상대적으로 20~30대는 조사대상이 적기 때문에 우리가 20~30대를 선택하면 모두 다 반영된다. 여론조사 응답 버튼을 누를 때 연령을 물어보면 20~30대를 꼭 선택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30대의 조사 응답률이 40·50대에 견줘 떨어지는데 사실상 나이를 속여 조사에 응하라고 안내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러한 지침서 배포는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 측은 "관련 문서는 예비후보 등록 전인 12월 5일 최초 작성된 것으로 선거법에 대해 잘 모르는 지지자의 발언을 메모해 단순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서"라며 "폐기된 자료인데 알 수 없는 경로로 유출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청장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 15일 이 전 청장은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당시 "여당 원내대표까지 맡았던 유승민 의원이 대구를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며 유 의원이 독단적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호소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야당의 입장을 우선시하고 국정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자기 정치'에 몰두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발언한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청장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을 독단적으로 통과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2006년 8월 29일 당시 여야 의원 202명의 찬성으로 제정되었다"며 "이미 9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국비 1조8400억원도 법제정 당시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께서 국민을 위해 그렇게 호소하신 경제활성화 법안 하나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말한 이재만 씨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허위사실공표죄, 제251조에 규정된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당시 유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활성화법 30개 가운데 18개 법안은 이미 통과되었고 12개 법안이 미처리된 상태였다. 12개 법안 중에서도 신용정보이용및보호법과 하도급거래공정화법 등 5개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진 의원을 잡기 위해 대구 달성에 출사표를 던진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근거없이 자극적인 '출마선언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곽 전 수석은 지난 14일 출마기자회견 겸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정치의 변방으로 변해버렸고, 이 책임은 지역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정치인들이 대통령이 만들고자 했던 달성의 미래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배신의 정치가 아닌 진실의 정치와 힘 있는 국회의원만이 대통령과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곽 전 수석이 당시 배포한 자료에는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선언문'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은 곽 전 수석만이 아니다.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중남구에 출마를 선언한 조명희 경북대학교 교수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실력과 의리로 뭉친 국회의 대통령 보좌관이 되고자 결심했다"며 황당한 출마선언문을 발표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조 교수와 함께 대구 중남구에 도전장을 내민 이인선 전 경상북도 부지사는 지난 9월 부지사 자리에서 사퇴하기 전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초청장도 받지 못한 구미상의 주관의 '구미경제활성화를 위한 목요조찬회'에 참석했다. 이 전 부지사는 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게 해달라고 구미상의 측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구미상의 관계자는 "초청장도 없이 참석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인사말을 요청했으나 총선 출마자이기도 해 민감한 사안이라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했다.

자칭 '진박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20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실시한 현 지역구 국회의원 만족도 조사에서 TK 지역은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12월 다섯째주 정례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p)에 따르면 TK 지역구 국회의원 만족도는 36.0%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요구 지수도 떨어졌다. 'TK 국회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지수는 46.3%로 10월 조사(55.3%) 대비 9.0%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간 전국 성인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유선 4.7%, 무선 4.2%. 표본 추출은 성, 연령, 권역 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했고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0%p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TK 지역 '진박 마케팅'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진박 마케팅'이라는 것을 대통령이 분명히 시작은 했으나 지금 대구 지역에 나오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진박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찬성하는 대구 지역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지역맹주로 추락시키는 것이라는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우리를 어떻게 보는거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양쪽에서 (진박 마케팅이) 먹히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공약과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학연과 혈연, 지연으로 투표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TK 지역에서 어필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선거는 심판적 성격도 사라졌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고 그런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며 "유권자들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선거에서 득표율은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 선거 캠페인 등이 종합적으로 모여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위에서 내려보내는 것으로는 득표에 한계가 있다"며 "위에서 내려보내든 밑에서 올라오든 후보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내용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호소하는 것이 지지율과 득표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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