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 스포츠 뒤흔든 이슈와 사람들 ‘톱3’
도핑 스캔들 박태환, 한국축구 병폐 차단 슈틸리케, 마리한화 김성근 감독
2015년도 어느덧 마지막 날을 맞았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한국 스포츠는 국내외적으로 쉼 없는 활약을 이어갔고, 그런 활약과 성과에 따라 스포츠팬들은 울고 웃었다. 올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과 같은 국가적인 스포츠 역량이 모두 분출되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되는 해는 아니었지만 요소요소에서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빛과 어둠을 경험했다.
박태환 도핑 스캔들, 그리고 '박태환법' 논란
'마린보이' 박태환(인천시청)의 금지약물복용(도핑) 스캔들이 한국 스포츠를 강타했다.
박태환 소속사 팀GMP는 지난 1월 26일 박태환의 도핑 양성 반응 소식을 전해 충격을 안겨줬다.
조사결과 박태환은 건강관리 목적으로 문제의 병원에서 권유하는 주사를 맞았는데 당시 병원 측에서는 도핑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문제의 주사는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네비도’였고, 박태환은 이를 모르고 주사를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주사를 투여한 병원장이 재판에 넘겨져 최근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이 내려지면서 박태환은 고의로 도핑을 했다는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선수로서 도핑에 관해 부주의한 태도를 나타낸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박태환 역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자격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FINA의 징계 수위는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줬지만 FINA의 징계가 풀려도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묶여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 규정에 대한 개정안, 이른바 ‘박태환법’이 만들어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그나마 대한체육회의 조직 개편 문제로 인해 박태환법 검토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한국 축구 춤추게 하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올해 초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표팀은 우승은 고사하고 8강에만 올라도 다행이하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막상 대회 중에는 숱한 명승부를 연출하며 연전연승-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도 호주에게 연장전에서 패하기는 했으나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감동적인 경기로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대표팀을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했던 말은 아직도 큰 울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이후 입국하는 공항에서 일부 성난 축구팬들이 던진 엿을 맞아야 했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에도 꾸준히 유럽 등 외국 무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광범위하게 살피는 한편, 국내에서도 학연과 지연 등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인맥’을 철저히 차단한 채 프로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 경기장은 물론, K리그 챌린지 경기장에다 대학팀 경기장까지 두루 다니며 새로운 얼굴 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이재성, 권창훈, 석현준 등 참신한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6전 전승 23득점에 무실점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거의 확정한 상태다.
김성근과 ‘마리한화’ 신드롬
김성근 감독과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펼친 감동의 야구는 2015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를 주도했다.
고양 원더스의 해체로 야인이 됐지만 이내 한화 감독으로서 프로야구 무대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의 지휘 아래 시즌 전 지옥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던 한화의 선수들은 정규 시즌에 들어서자 자신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라운드에 섰는지 플레이로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전반기부터 일부 투수들의 혹사 논란에도 승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경기에는 어김없이 필승조를 투입, 수많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런 모습에 많은 야구팬들은 한화의 야구가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며 환각제의 일종인 ‘마리화나’의 이름에 빗댄 ‘마리한화’라는 별칭을 만들기도 했다.
‘마리한화’의 중독성 있는 야구에 한화의 야구가 열리는 야구장은 연일 만원이었다. 올 시즌 대전 청주 홈경기에서 무려 21번의 매진과 함께 총 관중 65만7385명을 동원, 역대 구단 기록을 갈아치웠고, 홈 경기 관중도 평균 9130명으로 지난해(7424명)에 비해 23% 폭증했다.
한화의 경기는 홈에서뿐만 아니라 원정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 결과 한화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원정경기 매진(14회) 1위를 차지했다.
당연히 방송사들은 한화의 경기를 배정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한화의 경기만 따로 모아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방송한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다. 프로야구 중계에서 하나의 벽처럼 여겨졌던 시청률 1%는 적어도 한화의 경기 중계에서는 결코 벽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화는 정규리그 6위로 ‘가을야구’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화와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인기구단’이란 타이틀이 결코 성적만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혼을 담은 최선을 다한 경기를 펼치는 구단도 누릴 수 있는 타이틀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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