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저도 아닌' 이종걸, 속내는 '알박기'?
"분열은 안된다"며 문재인 공격 놓지않는 이종걸...비주류 '전략적' 잔류
20대 총선을 10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러시’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내 비주류 대표격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탈당과 거리를 둔 채 '문재인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 일각에선 문 대표의 2선 후퇴 시나리오를 대비한 비주류계의 ‘알 박기’ 전략이자 탈당은 득 될 게 없다는 개인적 셈법에 의한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4일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하며 한달 째 당무를 거부 중인 이 원내대표는 같은 날 PBC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 지역 탈당 바람에 힘을 실었다.
그는 “연초 여론조사에서 우리당에 대한 반발이 높아지고 확장성이 떨어지는 한편 안철수 신당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자연히 심리적으로 흔들릴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당의 문제들을 심하게 거론한 분들은 여전히 그 생각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탈당의 힘은 아직까지 크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직후 문 대표가 ‘새 인물 영입론’을 내세운 데 대해선 “(김 전 대표가) 나가기만을 기다린 것 아니냐”라며 “나가는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성찰과 어떻게든 교정해보겠다는 의지가 없다. 이것은 같이 정치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정서적인 평가가 더 크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문 대표의 2선 후퇴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면 선거대책위원회 체제에도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문 대표의 영향력이 아직 심대하고 이에(대표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김부겸 전 의원이 문 대표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게 되면 앞으로는 선대위 체제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이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날선 지적들도 불가피하다”고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탈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향후 거취에 대해 “자기 성찰적 탈당이 아니라면 국민들한테 환영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좀더 숙고하고 성찰해서 당을 염려하는 그런 탈당이, 굳이 탈당을 하게 된다면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고 노력을 했다. 원내대표로서 그것에 실패했고 오히려 지금은 탈당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 저로서는 이 시기에 약간 떨어져서 통합 여행이라는 것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김 전 대표의 탈당 선언으로 현재까지 11명의 현역 의원이 더민주에 등을 돌렸다. 천정배·박주선 의원을 제외하고도 약 한달 간 연쇄적인 탈당이 진행 중이며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의 거취 문제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는 동시 탈당이 아닌 의도적인 순차 탈당을 통해 ‘당 분열’ 이슈를 최대한 길게 끌고, 탈당 선언 때마다 각 인물에 무게가 쏠리도록 함으로써 분당 사태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런 만큼 현재 탈당도, 협력도 아닌 이 원내대표의 ‘애매한’ 행보 역시 비주류계의 철저한 전략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은 비주류의 ‘알박기’...절대 안 나간다”
일단 비주류계가 주목하는 바는 대표직 포기다. 수도권 지역 핵심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알 박기’라고 규정하며 “이종걸 원내대표는 끝까지 안 나갈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현재 당헌·당규상 대표가 물러나면 비대위가 꾸려지고, 그럼 당 서열 2순위인 원내대표가 넘버원을 맡게 된다”며 “이 원내대표가 계속 문재인 대표 2선 후퇴를 지겹도록 주장하는 건, 비대위가 꾸려지면 비대위원장 체제 하에서 거의 모든 것을 손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내부에서 지도부직을 유지하는 동시에 문 대표 체제를 향해 공세를 펼칠 존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전략적 잔류를 택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주류계 의원들이 끊임 없이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해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탈당 후 지역구 당선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잔류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해 당내 호남 지역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의 면면을 근거로 이 원내대표의 잔류를 내다봤다. 그는 “탈당한 사람들을 보면, 지역 관리가 안돼서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거나 무소속으로 나가도 되겠다고 판단하는 두 경우”라며 “이종걸·노웅래 의원 등 탈당을 주춤하는 이유는 무소속으로 나오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실 원내대표를 하면서 기본적인 협상력도 소통도, 정치력도 전혀 보여주지를 못했고, 그동안 할아버님의 명성으로 4선까지 해온 사람 아닌가”라며 “이런 사람들은 나갈 마음은 있다고 해도 당장 당선 때문에 절대로 쉽게 나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탈당 명분도 마땅치 않다. 즉 지난 2007년 김 전 대표가 22명의 의원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당시엔 ‘통합을 위한 탈당’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야권의 최대 분열이라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면 반(反)문재인 정서를 필두로 무소속 당선이라도 꾀하겠지만, 수도권에선 현재의 ‘1대1’ 구도도 힘든 마당에 탈당을 감행할 경우 최소 3자대결을 감수해야한다는 게 당내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탈당할 경우 원내대표직을 중도하차하게 되는 것 역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4수’ 끝에 사실상 동정론을 업고 당선된 이 원내대표는 오는 5월로 임기를 마치지만, 현재까지 원내사령탑으로서 대내외적으로 마땅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 데다, 지난 예산안 협상 당시 여당과의 협상에서 완패를 당했다는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원내대표는 오는 6일까지 최고위원회 복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여론을 수렴한 뒤 복귀 여부를 6일 결정할 예정”이라며 "최고위에 복귀한다면 그전과 똑같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최근 흔들리고 있는 당을 수습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의 탈당설에 대해선 "내일이라도 좀 더 말할 기회가 있으면 복귀 등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라며 “그런(탈당) 쪽은 아닐 것"이라고 잔류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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