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국제회계기준' 도입…보험사 "발등에 불"
금감원 'IFRS4 2단계' 2020년 시행 못박아...오는 6월 제도 기준서 발표 예정
업계, 제도 준비 여전히 '미진'...'도입 2~3년 내 보험시장 재편 가능성'도 제기
오는 2020년부터 보험업계에 새로운 회계 기준이 도입된다. 이른바 'IFRS4 2단계‘ 라고 불리는 국제 표준 회계기준이다. 이 기준은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 기준을 국내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적용해 국제적으로 단일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보험사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다. 보험사들의 재무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결국 당초 2018년 시행되기로 예정됐던 제도는 2020년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2020년 역시 채 5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 부채구조‘원가’서 ‘시가’ 평가...도입 배경은 '회계 투명성'
이 제도의 가장 큰 핵심은 보험사들의 ‘부채평가 기준 전환’이다. 당초 ‘원가’로 평가받던 보험사들의 부채 평가기준이 ‘시가’로 바뀌는 것이다. 기존 보험사들의 부채를 평가할 때 ‘보험계약 시 ‘예정위험율’을 모든 보험기간에 동일 적용해 원가를 평가해 왔다면, 앞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매년 말 실제위험률이나 시장금리를 토대로 재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미래현금흐름과 관련된 불확실성까지도 부채평가에 반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회계투명성 제고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국제사회가 한국 재무제표 투명성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세계적인 회계기준 단일화 추세를 반영해, 국제회계기준서 원칙을 원문 그대로 도입하는 전면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외 보험사들 간의 재무제표 구조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국제회계 기준에 맞춰진 국내 보험사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보다 부채구조가 탄탄한 보험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행해오던 체계와 전혀 달라 현재까지 안정적인 자금 흐름과 부채 구조로 평가받던 보험사들의 부채 비율이 갑자기 급등하는 등 보험업계 전체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보험업계 '생존위협' 반발...금감원 "반드시 시행" 강행의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보험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TF팀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부채구조 개선에 나선 일부 보험사들을 제외하고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현실 가능성이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해외 보험시장과 엄연히 성격이나 구조가 다른데 국제기준을 국내에 도입해 적용시킨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향후 2~3년 안에 규모와 상관없이 부실 보험사로 낙인찍힌 보험사들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모습을 나올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보험시장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현재까지도 해당 제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여서 제도 도입 자체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금감원은 IFRS4 2단계 도입시기에 대해 오는 2020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해당 제도에 대해 소극적인 기존 보험사들에 대해서는 일침도 가했다. 각 보험사 자체 별로 전담팀을 구성해 시스템 구축과 사전 시뮬레이션이 이뤄져야 해당 제도가 시행됐을 때 올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 올해 하반기쯤 제도에 대한 기준서가 발표될 것”이라며 “보통 기준서가 발표된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도입기간은 2020년이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보험사들에 대해서는 “지금같은 상황으로는 금감원이 보험사 측으로부터 이행계획을 받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관리당국으로서 부채적적성평가제도 등 제도 활성화 방안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