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신인 10년 주기설, 류현진 후계자는?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1.17 08:44  수정 2016.01.17 08:49

김건우-박재홍-류현진으로 이어진 10년 주기설

올 시즌에는 미국서 돌아온 선수들 주목할만

데뷔 시즌 KBO리그에 충격을 안겼던 슈퍼 루키 박재홍(왼쪽)과 류현진. ⓒ 연합뉴스

이제 갓 프로 유니폼을 입은 루키들이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비는 모습은 구단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흐뭇하게 만든다. 바로 팀의 미래를 짊어질 재목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애 단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신인왕까지 차지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KBO리그 신인왕은 1983년 OB 박종훈을 시작으로 지난해 삼성 구자욱까지 모두 33명이 배출됐고, 이들의 대부분은 시대를 풍미하거나 레전드로 남은 경우도 상당했다.

최근 KBO리그 신인왕은 이른바 중고 신인들이 득세 중이다. 프로 1년차 및 고졸 1년차 신인왕은 2007년 두산 임태훈이 마지막이다. 이후 신인왕들은 입단한지 3년에서 많게는 7년(2008년 최형우)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낸 뒤 1군 무대에 섰다. 이는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격차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대 신인왕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루키답지 않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즐비하다. 1992년 롯데의 우승을 이끈 염종석을 비롯해 타격 부문 3개 타이틀을 거머쥔 1993년 양준혁, 그리고 유일무이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수상한 오승환도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괴물 신인 10년 주기설’이다. 1986년 MBC 김건우를 시작으로 데뷔하자마자 30-30클럽에 가입한 1996년 박재홍, 그리고 역대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받는 2006년 류현진이 그들이다. 그리고 올 시즌은 ‘10년 주기설’이 네 번째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1986년 MBC 김건우(18승 6패 평균자책점 1.81 102탈삼진)

김건우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비운의 선수로 통한다. 화려하게 루키 시즌을 보냈지만 이듬해 선수 생활에 치명적 부상을 안긴 교통사고를 당했고, 타자로 전환하는 등 부활을 위해 안간힘을 쓰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말았다.

김건우 역시 데뷔 당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던 대형 신인이었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선린상고 동기였던 OB 박노준에 쏠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진짜 괴물은 김건우였다.

김건우는 데뷔 첫 등판이었던 청보 핀토스전에서 1피안타 완봉승으로 괴물의 등장을 알렸다. 당시 MBC 사령탑이었던 김동엽 감독은 새파란 신인이 긴장할까봐 경기 당일 아침 선발을 통보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결국 김건우는 그해 18승 6패 평균자책점 1.81의 성적표를 받아들어 라이벌이었던 박노준(5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28)을 제치고 신인왕 수상에 성공한다.


1996년 현대 박재홍(타율 0.295 30홈런 108타점 36도루)

역대 최초의 30-30클럽(30홈런-30도루)이 '괴물신인' 박재홍의 손과 발에서 시작됐다. 프로야구 역사의 새 지평을 연 박재홍의 활약에 당시 언론과 팬들은 '호타준족'의 수식어를 붙이는데 큰 이견을 달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 '리틀 쿠바'로 명성을 날린 박재홍은 데뷔하자마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야구를 선보였다. 물론 이전에도 파워와 스피드를 동시에 갖춘 선수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박재홍의 레벨과는 엄연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 작고 당당한 체구였던 박재홍은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파워가 넘쳤고, 특히 발이 빨랐다.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야구장은 연일 관중들로 넘쳐났다.

그해 박재홍은 시즌 전 경기를 소화하며 30-30 클럽 가입에 성공했고, 홈런왕과 타점왕까지 거머쥐었다. MVP를 받아도 손색없는 성적이었으며, 박재홍은 지금까지도 프로야구 유일의 신인 홈런왕, 그리고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선정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2006년 한화 류현진(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

류현진은 입단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는 신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팬들의 시선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 계약금을 거머쥔 '10억팔' 한기주(KIA)에 쏠려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류현진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LG와의 데뷔전에서 7.1이닝 무실점을 기록, '괴물 투수'의 탄생을 알렸다. 특히 10개의 탈삼진은 신인 데뷔전 최다 기록이기도 했다.

이후 류현진은 입단 동기들뿐만 아니라 기라성 같은 선배들까지 압도했다. 시즌 내내 계속된 '괴물투'는 신인 최다승 타이기록(18승)을 이끌어냈고, 최연소 200이닝과 200탈삼진 돌파도 함께 이뤘다. 또한 류현진은 역대 8번째 한 시즌 20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이기도 했다.

결국 선동열 이후 15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류현진은 그해 신인왕은 물론 시즌 MVP까지 싹쓸이하며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특히 신인상 투표에서 만장일치가 예상됐지만 유효표 92표 중 류현진에 쏠린 표는 82표였다. 나머지 8표는 한기주, 2표는 장원삼에게 갔다.

올 시즌 신인 중 최고 몸값은 두산으로부터 1차 지명된 투수 이영하(계약금 3억 5000만 원)다. 여기에 삼성과 kt로의 1차 지명자인 투수 최충연, 투수 박세진도 가능성을 지닌 신인으로 꼽힌다.

이들보다 주목할 선수는 해외에서 돌아온 선수들이다. kt 남태혁(2차 1순위 1번), NC 정수민(2차 1순위 8번), 롯데 나경민(2차 3순위 24번)은 메이저리그가 주목했던 유망주들이다. 그리고 삼성에 입단한 재미교포 출신 이케빈(2차 2순위 11번)도 돌풍을 일으킬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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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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