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원유철 불화? 이전 투톱 관계 살펴보니...

문대현 기자

입력 2016.01.31 09:58  수정 2016.01.31 09:58

서로 조심스러웠던 김무성-이완구

끈끈한 '형님-동생' 김무성-유승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총선을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을 이끄는 '쌍두마차'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계파 갈등을 빚으며 전진에 제동이 걸린 듯한 모양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접한 원내대표들과 꾸준히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더욱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인사 문제 등 전반적인 당무를 다루는 당대표와 입법 문제와 같이 주로 원내 일을 담당하는 원대대표는 한 당을 이끄는 대표적 리더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엔 당원들의 투표로 뽑히는 당대표와 의원들의 투표로 뽑히는 원내대표가 거의 동일한 선상에서 당을 이끈다.

서열상으로는 당대표가 앞서지만 그렇다고 당대표가 원내대표를 하대하지는 않는다. 원내대표도 당대표를 보좌하는 입장에서 존대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 새누리당의 모습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듯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총선 전략을 놓고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 비공개 석상에서 이 문제를 두고 한 차례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를 전하며 "우리 당에서는 전략공천이 없는 만큼 '인재영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님은 당대표님 나름의 정당에 대한 생각, 또 선거에 대한 생각이 있고 저는 저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최소한 총선 전략에서 김 대표의 의견에 따를 뜻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원 원내대표하고 어떻게 싸우겠나. 내가 왜 다툼을 하나. 나는 안 싸운다"라며 갈등을 부인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모습은 '비박(비박근혜)'으로 분류되는 김 대표와 '신박(새 박근혜 사람)'으로 불리는 원 원내대표의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계파 갈등의 대리전이라는 의견까지 있다.

이들은 최근 테러방지법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여야는 협상에서 '컨트롤 타워'인 테러방지센터를 총리실에 두는 방안에 잠정 합의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김 대표는 총리실이 아닌 국가정보원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당 대표께서 하신 말씀은 아주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말씀"이라면서도 "야당에서 그것을 끝까지 수용 못하겠다고 하니 저희가 일보 양보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투톱'의 의견이 건건마다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해에도 한 차례 부딪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한창 추진 중일 때 원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내세우던 '불가론'에 가세하며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에 원 원대대표도 힘을 모으는 듯한 모양새에 당 지도부의 관계가 아슬아슬하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선거를 앞두고 힘을 모아야 할 상황에 '투톱'의 균열이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속되는 의견 충돌에 원 원내대표 측은 수도권 지역의 원대대표로서 수도권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일부 김 대표 측의 인사는 "호랑이 새끼인 줄 모르고 키웠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 간 균열을 이루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 취임 이후 거쳐 간 원내대표들과의 관계처럼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존중을 해 모든 의견에서 일치를 보이거나 아니면 아예 당대표가 원내대표보다 우위에 있는 구조를 만들어 수직적인 관계로 가는 것도 하나의 롤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이완구 전 총리가 원내대표를 재임하고 있는 가운데 당대표로 취임한 김무성 대표는 이 전 총리를 존중하는 듯한 자세로 큰 탈 없이 파트너십을 이룬 바 있다. 사진은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해 1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이완구 임기 중 취임한 김무성, 서로 존중했던 '투톱'

김 대표는 원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기 전 이완구·유승민이라는 두 명의 인물과 파트너십을 이뤘다. 당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관계는 큰 탈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원내대표 재임 도중 당대표에 취임한 김 대표는 나이와 선수가 비슷한 이 전 원내대표를 존중하는 듯한 태도로 부드러운 관계를 이어갔고 유 전 원내대표에게는 '형님 리더십'으로 함께하며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갔다.

새누리당은 2014년 5월 14일 황우여 당시 대표의 임기가 끝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당시 이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부여했다.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중책으로 6.4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7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 대표에게 당 지휘 권한을 넘겨줬다.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로부터 총리 지명을 받은 1월 말까지 약 6개월 간 호흡을 맞췄다. 이 기간 동안 '투톱'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두고 야당과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으나 지도부 간 큰 이견은 없었다. 5선의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3선)보다 선수가 높았지만 취임 직전까지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이 원내대표를 존중했다.

이들이 함께 손발을 맞추는 모습을 봐온 기자들이 본 바로는 김 대표가 이 원내대표를 향해 어른 대접을 하는 느낌이었다.(이 원내대표는 김 대표보다 1살 더 많다) 김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나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를 지칭하며 '님'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대표가 이 원내대표의 공로를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원내대표는 2014년 9월 26일, 야당과의 협의가 잘 되지 않아 법안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일이 발생했다.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온 말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라며 "사퇴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국민의 도리가 아니기에 의총 이름으로 취소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어 의원들을 향해서도 반려를 당부했고 결국 이 원내대표는 다시 직을 수행했다. 당대표가 원내대표를 얼마나 믿고 있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취임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형님 리더십'을 선보였다. 사진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지난해 2월 16일 새누리당이 표결을 대비해 의원 전원의 총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대화를 마친 유승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시작을 알리는 수신호를 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형님'김무성과 '동생' 유승민의 관계는 "순망치한"

이 원내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 한채 총리직에 오른 지난해 2월, 3선의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원박(원조친박)'라인 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2005년 김 대표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사무총장 맡을 때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표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한 기억이 있다.

2014년 전당대회 당시 유 원내대표가 서청원 현 최고위원을 지지하며 김 대표와 갈라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해 11월, 이들은 여의도에서 곰탕 회동을 가지며 다시 이들의 관계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원박이었다가 대통령과 서서히 멀어졌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보다 7살 어린 유 원내대표를 존중하면서도 친근한 형과 동생의 관계처럼 편안하게 대했다. 공식 석상에서도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나눴고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에게 고개를 숙이며 당대표로서의 예우를 갖췄다. 김 대표는 '이 대표님'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호칭하던 것과 달리 유 원내대표를 향해 '유 대표'라고 불렀고 비공식석상에서는 '승민이'라고 편하게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이들의 관계는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뜻)'이라는 한자어로 표현될 만큼 가까웠다. 정윤회 문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에는 '문건파동 배후는 K(김무성),Y(유승민)'라고 적힌 수첩 메모가 공개됐고 청와대와 썩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던 이들이 더욱 끈끈해지는 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웃지 못하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게 됐고 처음에는 유 원내대표를 감싸던 김 대표가 끝에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종용하며 이들의 관계는 다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선택이 청와대의 압박과 당내 강한 요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처사였음을 고려한다면 지금 원 원내대표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마찰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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