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은 없었다' 여야 지지율 동반 하락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박 대통령·여야 하향 곡선
설 연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야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 야당에서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치를 두고 선거를 앞둔 ‘북풍(北風) 공작’이라 지칭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5일 발표한 주간 집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0.7%p 하락한 42.2%다. 부정평가는 51.0%로 0.5%p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새누리당은 39.7%(▼0.5%p), 더불어민주당은 25.9%(▼1.1%p), 국민의당은 12.9%(▼2.1%p)로 집계됐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20.3%로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주 대비 0.2%p 하락된 결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1.2%p 하락한 16.4%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1.9%p 하락한 11.7%를 얻었다.
리얼미터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한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공식 협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등 설 연휴와 직후 급박하게 이어졌던 남북의 초강경 맞대응과 파국 사태 속에서 모든 지지율이 일제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북풍이 보수 정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 들어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북풍은 안보 이슈와 직결돼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켰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 장학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뇌물수수 스캔들이 터지면서 집권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북한이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 병력을 투입하는 등 사흘에 걸쳐 도발하자 국민은 보수 여당에 힘을 실어줬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최근에야 개성공단 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국방정보라인을 대대적으로 문책해야 한다. 지극히 냉정해야 할 외교·안보 정책이 선거를 앞둔 북풍 공작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영향력을 의식해서다.
이에 대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15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여권을 비롯한 모든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며 “전반적으로 1월 재정적자 규모라든지 수출량 하락 등 내부적인 경제지표 자체가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북풍의 긍정적 영향이 여권으로 쏠리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연설 등을 할 때 지지율이 긍정적으로 움직였다”며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16일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의 지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차기 대선주자 4~10위는 더민주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10.3%),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8.6%), 새누리당 소속 정몽준 전 대표(4.3%),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4.2%),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3.9%),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3.5%), 더민주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3.0%) 순이다. ‘모름/무응답’은 10.1%이다.
이번 주간집계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6.3%이다. 일간집계 표집오차는 2일간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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