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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55일 앞두고 여당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 중


입력 2016.02.18 06:14 수정 2016.02.18 06:14        문대현 기자

김무성-이한구, 정갑윤-권성동, 이재오-최경환 '폭발'

"의원 본인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싸우는 것"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20대 총선의 D-DAY(4월 13일)가 5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은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지도부 내에선 공천관리위원회의 활동 범위를 두고 큰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한 중진 의원은 최경환 의원의 예비후보 지원 문제를 놓고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이 모든 갈등 원인은 본인 지분 챙기기라는 평가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는 최근 새누리당이 안고 있던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표출된 자리였다. 그동안 공관위 권한 문제를 놓고 이한구 위원장과 장외에서 설전을 펼치던 김무성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누구도 국민과 약속한 국민공천제의 뿌리를 흔들 수 없다는 분명한 강조의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천룰을 공개해 사실상 '전략공천'을 시사한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같이 일하는 분들끼리 합의도 안 된 사항을 불쑥 발표하고, 아무도 모르는 데 가서 기자회견을 해 정말 깜짝 놀랐다"고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는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 돌입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간간이 내리치며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위원장의 안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거친 표현과 함께 "시정하든지 공관위를 해체하든지 하라"며 사실상 이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언론인들을 사이에 두고 이 위원장을 향해 우회적 비판을 해왔지만 지도부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적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여전히 당대표가 공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다가 "과거 당대표도 공천 안 준 적이 있다"며 김 대표를 겨냥하는 발언을 해 이들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친박 중진' 정갑윤 국회부의장과 '비박' 권성동 의원의 갈등도 터졌다. 정 부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당이 사회적으로 덕망과 역량 있는 인재를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며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제'에 반하는 입장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상향식 공천은 지역사회의 참신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율적, 시장적 기능에 치중되다 보니 지난번 마포, 종로 같이 험지 논란과 더불어 당내 불협화음 뿐 아니라 분야별로 놓치기 아까운 인재 영입에도 한계가 있다"며 "당의 대국민 이미지와 신뢰를 더 높이고 정책정당 차원, 역량 제고를 위해서라도 우선추천 지역을 중심으로 중앙, 지역 차원에서 당에 필요한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졌고 비공개 전환 이후 "부의장님, 왜 이렇게 나오십니까"라고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비공개 회의가 끝난 후에도 상한 감정을 숨기지 못 했다. 그는 회의 후 나가는 정 부의장을 향해 "4선 중진이 의원들끼리 싸우도록 하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저는 부의장 선거 때 부의장님 뽑아드렸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고 내뱉었다. 그러나 정 부의장은 대꾸하지 않고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길을 갔다.

권 의원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인재영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그런 말씀을 하셨고, 이 위원장이 시도별 1명씩 (우선추천) 하자고 했으면 본인부터 '내가 사퇴할테니 누구를 우선추천해줘라'고 하면 진정성이 있지만 자기는 그럴 생각이 없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면 뭐가 되느냐"며 "실망스럽다"고 공격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연일 '진박 마케팅'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관련해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친이 좌장' 이재오는 '진박 좌장' 최경환에 직격탄

이 뿐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공식 회의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오 의원은 최경환 의원이 최근 일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며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마케팅'에 합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의원은 "선거가 50여일 남았는데 마치 예선만 하고 본선은 안 하는 당 같이 보인다"며 "당내 정파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자기(최 의원)가 어떤 데 가서 축사하는 게 계파 갈등으로 비칠 사람들은 안 가는게 좋다"고 직격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흔히 있는 일이니 당연한데 지금은 당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들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무슨 세 과시하듯, 힘 자랑 하듯이 돌아다니면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이 모든 원인을 외부로 돌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특정인을 말하지는 않겠다"고는 했지만 정황상 최 의원을 겨냥해 공개 비판하고 충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진 않았지만 꽤나 감정이 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치열하게 본인의 주장을 펼치며 당내 대립각까지 세우는 데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을 위함'이라는 키워드를 누구나 외치고 있지만 결국에는 본인 정치 생명 연장을 염두에 둔 불만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안'에 "최근 여당의 갈등은 당사자들의 (정치적) 생사가 걸린 문제라 봐야 한다"며 "단순히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그들에게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게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위원장이 지금 공천에 관한 실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그리고 새누리당이 단일지도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인 것도 그에게는 불리한 요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중 다수가 친박계인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본보에 "본인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싸움의 결정판"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 개인들이 권력욕에서 탈피하고 벗어나 진정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을 가진 정치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것이 힘들 시에는 각 당 당헌당규에 당내 계파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제재 수단을 명문화하는 것도 하나의 보완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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