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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상명하달'에 뿔난 공관위원들 "독단"


입력 2016.02.18 06:14 수정 2016.02.18 06:17        장수연 기자

상의 없이 발표한 '후보 경선 방안'에 뿔난 공관위원들

홍문표 "상의해서 발표한다지만...문제는 지금 독단적"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부위원장인 황잔하 사무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왕적 권력으로 인해 벌어지는 보스 중심, 계파 중심 정치에서 생기는 문제를 타파하자는 취지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향식'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적용 과정에서 '상명하달식' 진행 방식이 포착되면서 김무성 대표의 브랜드인 상향식 공천제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위원장발 상명하달'이다. 지난 16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광역자치단체별로 1~3곳 지역구에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국회 입성을 돕고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교체하려는 목적으로 규정된 '우선추천지역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김 대표가 완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힌 '전략공천'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 위원장은 △현역의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 강화 △100% 국민 참여 여론조사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공관위 논의 내용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발표 내용이 공관위 내부 상의 없이 이뤄진 독자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공천 절차와 관련된 것은 기본적으로 공관위 의결 사항이 아니며 최고위에서 추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약 최고위 부결시에는 "공관위의 재적의원 3분의2 찬성으로 최종 결정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관철 의사를 드러냈다.

함께 공관위 업무를 맡고 있는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황 사무총장은 17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같이 일하려고 하는데 합의 안 된 것을 불쑥 발표한다"며 "대변인도 두지 않고 자꾸 혼자 아무도 모르는 데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부위원장)가 배석하려고 하니까 배석할 필요 없다고, 혼자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는 진짜 깜짝 놀랐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의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결정' 발언에 대해서는 "공관위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정족수는 과반수가 되면 갈등이나 계파 싸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합의를 도출해서 만장일치로 가자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데 다수결로 할 것인지, 3분의 2 정족수로 할 것인지 자체를 먼저 얘기하는 것은 의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위원장과 위원 간 불통의 여파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황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과의 회동을 마친 뒤 "최근 공괸위 활동과 관련해 혼선 보도가 나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선추천지역 선정, 여론조사 방법 등 결정 기준은 소위원장끼리 다시 마련할 것이고 앞으로 회의 결과를 발표할 때는 발표 내용을 위원회와 위원 전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논의한 뒤 발표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홍 사무부총장은 "(위원장) 자기 개인적인 생각이지 여기 모였던 위원들은 아니다. 앞으로 모든 것을 상의해서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지금 독단적으로 했다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황 사무총장도 회동에 대해 "우선 의사 표시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우선추천지역 선정과 여론조사 반영 비율 등을 두고는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지역에 대해서는 함께 회동한 3명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지만 황 사무총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홍 사무부총장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경선 과정에서 예비후보들 간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당원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국민 100% 경선'을 실시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 단독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 사무부총장은 "그분이 자존심이 있으니 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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