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이 직접 밝힌 '치인트' 논란
"아쉽긴 한데 제가 더 잘 표현해야 했어요."
tvN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의 박해진이 극 중 맡은 역할 유정 선배의 캐릭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를 표방한 '치인트'는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릴러의 독특한 장르의 힘을 잃고 한국 드라마의 '기승전 로맨스'로 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정, 홍설(김고은), 인호(서강준)의 삼각관계가 부각되면서 유정인 '결함 있는 이상한 남자', 홍설은 '어장관리녀'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유정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정의 성장 배경과 심리 묘사가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아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박해진은 "웹툰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드라마 특성상 유정의 성격과 심리 묘사가 표현되지 않았다"며 "'유정이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생략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삼각관계가 부각되면서 분량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선 "매 작품에서 내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며 "분랑에 상관없이 존재감을 뽐내는 '신스틸러'를 추구한다"고 했다.
상처를 지닌 유정 선배는 극 중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어떤 장면에선 무섭고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천재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인호가 손을 다칠 때 유정이가 바라만 보고 있었던 신에선 소름이 끼쳤다.
여자친구 설이 민수(윤지원)와 싸울 때도 말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본 것도 남자친구의 행동으론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인호와 찍은 장면에 대해선 "유정이의 시선에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장면"이라며 "다만 어릴 때부터 쌓인 유정이의 복합적인 감정이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유정인 인호를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길 감시했다는 걸 알고 배신감에 휩싸입니다. 그때 느꼈을 배신감과 충격이 컸을 거예요.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였는데 유정이 입장에선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유정이가 인호에게 그랬잖아요. '네가 자초한 일'이라고. 사실 유정이가 인호의 팔을 다치게 한 건 아니니까요."
설이와 민수의 장면과 관련해선 "내 의도와 다르게 편집돼 아쉽다"라며 "다양한 장면에서 유정의 감정이 다 드러나지 않았고 엉켜 있는 감정들이 끝내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여러 감정이 쌓인 유정이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천생 배우다운 답변이 나왔다. "이해는 제3자가 하는 거예요. 전 유정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모든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접근합니다."
박해진은 "유정이가 인호의 꿈을 짓밟아 버린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 유정이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인호는 반쪽 같은 친구였는데 인호에게 배신당해요. 이후 인호가 설이를 좋아하게 되고요. 유정이는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웹툰에는 유정이와 같은 장애를 앓은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드라마에선 생략됐고 유정이가 과거에 겪은 큰 사건을 아역 배우들이 찍었는데 이 장면 역시 방송에 안 나왔죠. 그래서 시청자들이 유정이를 '이상한 놈'으로 느꼈을 거예요."
가족 같은 인호와 틀어진 박해진은 "유정이가 해맑게 웃을 수 있었던 사람은 인호였다"면서 "인호와 마주하는 장면을 찍을 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박해진은 또 "웹툰 순끼 작가님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유정이를 더 잘 표현했어야 내가 부족했다. 나만큼 작가님도 아쉬울 거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유정이로 살아서 행복했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 100% 만족했다면 안주했을지도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다음 작품을 할 때 약이 될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치인트'를 마친 박해진은 휴식기를 갖고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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