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타격하겠다" 협박한 북, '작계 5015' 두려워?
북, 2011년 '청와대 불바다' 이후 최고사령부 명의 청와대 위협
전문가들 "대북제재에 따른 대남심리전이지만 실제 도발 가능성도"
북한이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훈련을 지속적으로 비난해왔지만, 인민군 최고지휘기관인 최고사령부 명의로 청와대에 직접 위협을 가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군사 및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훈련을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달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에 이른바 김정은 참수작전을 포함한 ‘작전계획 5015’를 처음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으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16일 ‘데일리안’에 “이번 성명의 주체가 낮은 단계가 아닌 군 최고기구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이를 아주 커다란 사안으로 여기고 대응하겠다는 것이고, 그만큼 자극을 받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대외선전 기관과 매체 등을 통해 보다 낮은 수준에서 대남 위협 발언을 이어왔다.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청와대를 겨냥한 사례는 지난 2011년 연평도 포격 도발 1년을 맞아 연평도·백령도 일대에서 실시한 군사훈련을 두고 ‘청와대 불바다’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 유일하다.
양 연구위원은 특히 이번 훈련에 처음 도입될 작계 5015에 대해 “2013년 3차 핵실험이후 굉장히 오랜 기간 고민 끝에 나온 현 정부의 결과물”이라며 “현 국제정치 상황은 물론 북한의 급변사태까지 반영한 작전계획이라는 데 방점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작계 5015는 작계 5027을 대신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으로, 북한의 남침으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은 물론 유사시 대북 선재타격을 명시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북한의 수뇌부와 핵심 군사 기지 등에 대한 정밀 타격 계획이다.
이와 관련, 양 연구위원은 “한마디로 ‘우리가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이번 훈련의 목표라고 할 수 있어 북한에서는 당연히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역시 본보에 “참수작전까지 포함된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작전계획이 적용된다고 하니 북한에서는 상당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위협이 개성공단 폐쇄, 북한붕괴론 등 핵·미사일실험 이후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부담감과 반발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남한 내 전쟁공포를 확대시켜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심리전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 붕괴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남심리전의 일환으로 정권의 핵심인 청와대를 타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내부에 전쟁공포 확대시켜서 남남갈등 조장하려는 의도가 내재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대남심리전 차원을 넘어 직접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유 원장은 “일단 현재까지는 대남심리전 차원에서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돈줄인 개성공단이 끊겼고 정부가 김정은 체제 붕괴까지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직접적인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위협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대북 제재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과거에 비해 위험성이 더욱 증대되고 안보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합동참보본부는 24일 ‘북 최고사령부 성명에 대한 우리 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 군은 북한이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가는 도발적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우리의 충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감행한다면, 계획되고 준비된 대로 단호한 응징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자신들의 도발행위에 대한 반성과 책임있는 태도변화는커녕, 적반하장격의 노골적인 위협을 반복하는 행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앞으로 북한은 무모한 도발로 야기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북한의 독재체제의 붕괴를 재촉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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