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더민주, 경선 탈락자를 타지역에 공천 '돌려막기 신공'


입력 2016.03.21 09:33 수정 2016.03.22 18:09        이슬기 기자

유성갑 탈락 최명길을 송파을에 전략공천

"지역대표성 완전히 무시한 안하무인 공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지도부가 20일 유성갑 경선에서 탈락한 최명길 후보자를 송파을에 전략공천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최명길 전 MBC 유럽지사장과 한병도 전 의원을 각각 서울 송파을, 전북 익산을에 총선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당장 정치권에선 '안하무인식 돌려막기 공천'이란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자 MBC에서 28년 간 기자와 앵커로 활동한 최 전 지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대전 유성구갑 예비후보로 등록, 지난 16일 이종인·조승래 예비후보와 경선 3파전을 벌였다가 고배를 마셨다. 한 전 의원 역시 같은 날 전북 익산갑에서 이 지역 현역인 이춘석 의원과 경선을 벌여 패배한 바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지역 내 경쟁력이 최대 관건인데, 당내 경선은 같은 당 예비후보들 중 지역경쟁력을 갖춘 후보자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에 대해 지역구를 옮겨 전략공천하는 경우가 거의 전무한 이유다.

그럼에도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두 사람의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도록 전략공천 결정을 내렸다. 일단 익산을의 경우, 전략공천을 비롯해 정의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 등도 검토됐으나 결국 한 전 의원의 지역구를 옮기는 방향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란이 거센 송파을 역시 전략적 판단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야당에게 송파을은 일종의 험지라서 도전자들이 쉽게 나서지 않는 지역"이라며 "최 전 지사장의 경력 등이 호응을 받지 않을까 하는 판단과 인적 자원을 최대한 가동하겠다는 지도부 뜻에 따라 끌어올린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대표성이 필수적인 지역구 선거에 타 지역 경선 탈락자를 공천하는 것은 당장 해당 지역 주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최 전 지사장의 경우엔 행정구역부터 다른 지역에 대해 '돌려막기'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확정을 위해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오른쪽 두번째)와 이용득 전최고위원(가운데)등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비례대표 선출방식에 반발하는 중앙위원들의 격렬한 항의성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자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결국 중앙위는 하루 연기됐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다른 지역 경선에서조차 탈락한 사람을 꽂을 정도로 그 사람이 인지도나 지역 대표성, 능력이 있는지부터 생각해야한다"며 "최근 공천 과정에서 가뜩이나 '사천'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는데 막판에 와서 완전히 안하무인 공천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장 송파병 지역주민에게 공당의 후보자로서 인정받을만한 조건을 찾기 어렵단 것이다.

신 교수는 특히 "지금까지 더민주가 나름대로 '기득권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컷오프하기도 하면서 공천을 잘 했단 말을 들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지역에 따라 후보의 경쟁력이 다를 수는 있지만, 특정 지역에 나가려고 도전했다가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것은 지역대표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너무 우스운 얘기다. 돌려막기 아닌가. 이렇게 되면 더민주가 비난하는 새누리당 공천보다 더 엉망이라는 평을 받을 소지가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구 의원은 지역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건데,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도 했다.

'지역 돌려막기'는 경선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더민주는 앞서 서울 도봉을에 출마했다가 당의 전략공천 결정(오기형 변호사)으로 출마를 접은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서울 강북갑 여론조사 경선 명단으로 옮겼다. 상대는 비례대표인 김기식 의원이다. 이날 결정은 양 측 간 합의에 따라 이뤄졌으며, 두 사람은 여론조사 경선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케 된다.

아울러 경제민주화 전문가로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했던 이지수 전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초 용산 출마를 희망했으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바람에 중구·성동구을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더민주는 5선 이미경 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갑에 박주민 변호사,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갑에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또한 의정부갑과 세종시 등 남은 지역에 대해선 오는 21일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