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의 날 기념-북 도발 현장 연평도를 가다②>
구호물품 도난에 잠금 "비상상황시 유도원이 바로 개방"
제1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25일 대전 현충원에서 개최됐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방한계선(NLL)이 있는 서해 바다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올해부터 처음 지정된 기념일이다. '데일리안'은 제1회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서해 최북단 연평도를 방문, NLL과 연평도 현지의 상황을 점검하고 북한 도발에 맞선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편집자 주>
서해 북방한계선(NLL) 최전방. 2010년 포격사건 이후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대피호가 대대적으로 보수됐다. 그러나 대연평도 곳곳에 위치한 대피호는 현재 모두 쇠사슬과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 22일과 23일 ‘데일리안’이 대연평도에 위치한 주민대피호를 취재한 결과,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외부 방문객에게 개방된 몇몇 대피호를 제외한 나머지 대피호의 출입문은 모두 폐쇄된 상태였다.
2010년 연평도에 주둔한 우리 군은 물론 일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민가를 대상으로 북한의 무자비한 포격 도발이 벌어진 이후 연평도 대피호 구축·보수 작업이 진행됐다. 현재 연평도에는 민가가 밀집해있는 연평면 중부리와 새마을리, 남부리 등에 총 10개의 대피호(소연평도 1곳 포함)가 운용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비상상황 발생 시 재빠르게 피신할 수 있도록 대피호의 위치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설치돼있어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잠시 연평도에 머무는 외부인들도 쉽게 대피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피호는 현재 쇠사슬과 비밀번호 자물쇠로 봉인돼 있었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대피호 안에 구호물품이 있는데 도난 가능성이 있어 최소한의 방지책으로 쇠사슬과 자물쇠를 달아놨다”며 “대피 상황이 발생하면 유도원들이 먼저 나가 개방을 하고 있고, 주민들도 비밀번호 패턴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닫힌 부분에 대해) 크게 문제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피호 출입문 앞에는 ‘최근 대피시설 내 기물훼손 및 도난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지금처럼 이용 가능하나, 불가피하게 저녁 6시부터 오전 9시까지의 사용은 제한을 가하게 되었으니 양해바랍니다. 부득이하게 야간에 대피시설을 이용하셔야하는 분께서는 면사무소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다만 22일과 23일 연평도 내 규모가 가장 큰 1호 대피호는 내부 페인트칠 공사로 출입문이 개방된 상태였다. 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1호 대피호는 약 400명의 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됐다.
20cm정도 두께의 두꺼운 철제 주출입문과 바로 뒤 보조 출입문 등 이중 출입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슬리퍼가 빼곡하게 채워진 신발장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 끝 벽면에는 2층 기계실로 연결된 사다리가 붙어있었다.
사다리 반대편의 또 다른 철문을 열어보니 복도 좌우 양쪽에 각각 발전기실과 화장실이 위치해 있었다. 비상 시 대피호 내부 전력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발전기실 바로 옆에는 대피호 내부로 유입된 화학가스로 오염된 공기를 청정공기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화생방 가스여과기’가 들어서 있었다. 발전기실 반대편에 위치한 남녀 화장실은 샤워시설과 온수기계가 구비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대피호 안쪽에는 식품창고와 비상진료소, 전기밥솥과 냉장고 등 전자제품은 물론 개수시설까지 완비된 취사실이 깔끔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취사실 바로 앞 공간에는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침대와 커튼이 설치돼 있고, 그 옆 3~4개의 책꽂이에는 여러 권의 책들이 꽂혀있기도 했다.
또한 체육관 강당과 비슷한 형태의 넓은 공간에 책상과 의자도 쌓여있었다. 앞쪽에는 단상을 비롯해 대형 텔레비전이 덮개로 덮여있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대피호는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곳이긴 하지만, 연평도에 마을 행사를 열 수 있는 강당이나 넓은 시설이 없어 대피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 1호 대피호에서 마을 행사는 물론 주민들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당 끝에는 이곳 대피호의 뒷문이라고 볼 수 있는 ‘비상탈출구’가 있어 주출입문을 이용하지 않아도 이 탈출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비상탈출구는 주출입문과 같이 이중문 형태로 돼 있으며 바깥쪽 문은 역시 두꺼운 철제문이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대피 상황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실’로 활용되고 있는 연평도 안보교육장 지하 대피호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 대피호는 1호 대피호처럼 취사실, 식품창고 등 각각의 기능을 하는 방들이 구분돼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외부 관광객을 상대로 체험실 차원에서 대피호를 공개하고 있는 만큼, 비상상황에서의 대처법이 자세하게 안내가 돼 있었다.
실제 안보교육장 지하 대피호는 △국가 비상대비 △전쟁 발발시 정부의 대응 △가정 내 비상대비 △심리적 공황 및 불안 극복요령 △핵·방사능 무기 특성 및 행동요령 △생물학 무기 특성 및 행동요령 △화학무기 특성 및 행동요령 △민방공 경보의 종류 등 비상상황과 관련한 안내문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더욱이 일반 방독 마스크와 군용 방독 마스크 등도 전시돼 있어 연평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안보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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