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막판 뒷북? 김무성의 옥새투쟁 의도가...
후보등록일에 대구 동을·서울 은평을 등 5곳 ‘무공천’
비박계 무소속 기회 있던 반면 진박 5인은 출마 불가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곳 무공천’이라는 최후의 반격을 가했다. 김 대표의 승부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진박’ 예비후보 5인의 출마를 원천 봉쇄한 만큼 ‘악의’가 담겼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이 살려내고자 했던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은 무소속 출마로라도 기회가 있던 반면, 친박계를 업은 진박 5인에 대해서는 그럴 기회조차 박탈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안 의결을 보류한 5개 지역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만료일인 25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기로 했다.
‘무공천’ 지역구가 된 5곳은 이 의원이 컷오프된 서울 은평을(유재길)과 유 의원의 대구 동을(이재만), 서울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갑(정종섭), 대구 달성군(추경호)이다. 5곳 모두 공관위에서 단수 추천으로 공천이 확정됐다.
24~25일 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모두 출마가 불가능하다. 공직선거법상 후보 등록일 하루 전(23일 23시 59분 마지노선)까지 탈당해야 당적 변경 후 출마가 가능하다.
당 내 안팎에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비박계 의원에 대한 공천 학살, 특히 전날 대구 동을을 ‘무공천’하겠다는 김 대표의 주장을 단 몇 분 만에 묵살해버리자 반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을 억울하게 떠난 동지들이 남긴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밀실 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이 제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며 “20대 총선에는 정치 혁신을 이루겠다고 수없이 약속했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주도한 공천 심사가 원칙과 정도를 벗어났다고 비판한 것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무공천은 없다”고 밝혔으며, 당이 유 의원을 버린 게 아니라 스스로 당을 버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대표의 반격으로 ‘공천장’만 기다리고 있던 진박 5인 예비후보들은 패닉에 빠졌다. 후보등록일 전 무소속 출마한 유 의원과 이 의원 등 컷오프 반발 비박계 의원들에 비해 이들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 당했다. 김 대표가 최고위를 열고 공천장에 직인을 찍는다면 출마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 의원과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로라도 기회를 가졌지만, 소위 진박으로 분류되는 다섯 사람은 피선거권이 박탈당한 것 아니냐”며 “김 대표가 악(惡)을 악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김 대표가 오늘 이렇게 결단을 내면 (진박 예비후보 5명은) 무소속 출마도 못 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균등한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행위로, 국민은 당 대표가 공천을 받은 후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김 대표를 규탄했다. 어버이연합은 “당 대표라는 사람이 당의 화합은커녕 사사건건 분열만 일으키는 행보를 보인다. 이제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월드피스자유연합·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도 “낙천한 현역 의원들이 다시 당선되도록 돕겠다는 것으로 당에 반역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당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친박계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5시 긴급최고위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기자회견 직후 부산에 가면서 불참이 확실한 만큼 의결권이 없는 ‘최고위원 간담회’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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