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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중국의 맹추격'...방어전략은?


입력 2016.03.30 07:30 수정 2016.03.30 12:55        이홍석 기자

투자·제휴·지분인수 등 다양한 형태로 산업 육성 의지 확고

한국 기술력 앞서지만 물량 공세에 경쟁우위 장담 못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원들이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두 어걸음 앞서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30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업체들이 연초부터 적극적인 투자 공세를 펼치면서 한국 업체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근 중국 칭화대 산하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300억달러(약 3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정부와 사모펀드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연말까지 최대 15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을 확보하고 반도체 사업 전체로는 300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투자 계획은 지난해 향후 5년간 약 5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의 연장선상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보다 빠른 사업전개를 위해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대만 반도체 업체 등과의 인수합병(M&A)을 구상했지만 무산되면서 자체 생산쪽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향후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지만 자체 생산도 병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국영 반도체기업 XMC도 지난 28일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사이프레스와 제휴를 통해 총 240억달러(약 28조원)를 투자해 후베이성 우한에 메모리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공장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건립된다. 공사비용은 중국 반도체펀드와 지방정부의 자금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이같은 공세는 독자 투자와 공동 투자를 넘어 지분인수로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강서연창규곡투자유한공사는 29일 국내 터치솔루션 업체 멜파스의 주식을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받았다.

총 181억원을 투자해 신주로 발행된 328만주를 받아 15.43%의 지분을 확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납입 투자금은 중국 강서성 지방 정부와 주요 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는 반도체 발전기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반도체 관련 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중국과 실적 부진과 투자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체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국이 단순 투자가 아닌 반도체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만은 없다.

특히 투자유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최대주주로 부상한 만큼 언제든지 인수합병(M&A)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국내 D램 설계 업체 피델릭스는 중국 동심반도체유한공사에 매각된 사례도 있었다.

디스플레이분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 업체들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로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LCD의 공급과잉 현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지난달 TV용 LCD 패널로 총 324만1000대를 출하했다. 다른 업체들이 대부분 출하량을 감소한 것과는 달리 이 업체는 유일하게 전월대비 출하량을 늘렸다.

1·2위를 제외하고 3~6위까지 BOE(중국)·이노룩스(대만)·차이나스타(CSOT·중국)·AUO(대만) 등 중화권 업체들이 차지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최첨단 공정에도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습이어서 국내 업체들에게는 더욱 위협적이다. BOE는 지난해 말 안후이성 허페이에 10.5세대 LCD 공장을 착공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앞두고 있다. 또 차이나스타도 11세대 LCD 투자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향후 경쟁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업체들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력이 앞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시장 확대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에 이어 대형 패널 시장은 좀처럼 열리고 있지 않다.

관련업계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데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해 성공이 쉽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적극적 투자 공세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의 의지를 지켜보면서 손 놓고 있기는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오히려 정부가 연구개발(R&D)에서 마저 예산을 줄이고 있다”며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면 향후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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