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의 단신 포인트가드인 잭슨은 외국인 선수로는 KBL 역대 ‘최단신 우승청부사’라고 할만하다. ⓒ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조 잭슨(24·180cm)이 단신 외국인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고양 오리온에 우승 반지를 선사했다.
오리온은 29일 고양실내체육관서 열린 ‘2015-16 KCC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120-86 대승,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1-02시즌 이후 14년 만의 우승이다.
오리온 우승에서 잭슨은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잭슨은 정규시즌만 해도 계륵에 가까웠다. 기존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그늘에 가려 활용도도 모호했다. 볼을 오래 소유하는 스타일인 헤인즈와 잭슨의 조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들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적응기였다. 시즌 중반 헤인즈의 부상 공백을 틈타 조금씩 출전시간과 팀내 비중을 키워가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헤인즈가 복귀한 이후에도 차츰 호흡을 맞추면서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는 그야말로 잭슨을 위한 무대였다. 잭슨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공격 본능을 한껏 발산하며 오리온의 트랜지션 오펜스를 이끌었다.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와의 4강에서는 정규시즌 MVP이자 국내 최고의 가드로 꼽히던 양동근을 농락하는 압도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챔프전에서도 전태풍, 신명호, 안드레 에밋 등이 상대로 나섰으나 누구도 잭슨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잭슨은 챔피언결정전 6경기 평균 23.0점, 7.0어시스트, 3.8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치며 오리온의 우승을 견인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리즈 전만 해도 주포로 꼽히던 에밋과 헤인즈의 활약에 더 주목했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잭슨의 몫. 아쉽게도 챔프전 MVP는 팀동료 이승현에게 내줬지만 기록으로 보면 잭슨이 받아도 전혀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추일승 감독은 플레이오프 들어 4쿼터 승부처에는 헤인즈 대신 잭슨을 더 기용했다.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잭슨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잭슨의 활약은 ‘단신 외국인 선수로는 우승하기 어렵다'는 KBL의 속설을 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프로농구 초창기 제럴드 워커, 칼레이 해리스, 버나드 블런트 같은 단신 테크니션들이 큰 인기를 누렸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예외는 2002-03시즌 플레이오프에서 TG(현 원주 동부)를 우승으로 이끈 3점슈터 데이비드 잭슨(191cm) 정도였다.
오히려 ‘농구는 골밑이 강해야 이긴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조니 맥도웰 같이 힘이 좋은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득세하면서 가드들은 국내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특히, 포인트가드처럼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코트에서 선수들을 지휘해야하는 포지션은 외국선수보다 국내 선수가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깊었다.
180cm의 단신 포인트가드인 잭슨은 외국인 선수로는 KBL 역대 ‘최단신 우승청부사’라고 할만하다. 잭슨은 국내 가드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드리블링,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앞세워 단신 선수라도 충분히 코트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국내 선수들보다도 작은 체구의 외국인 선수가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농락하고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덩크슛까지 터뜨리는 장면은 이전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공교롭게도 13년 전 팀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던 대구 오리온스 시절에는 김승현이라는 특급 포인트가드가 있었다. 당시 전 시즌 꼴찌였던 오리온스는 신인 김승현이 입단하자마자 그해 정규리그과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하고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김승현도 ‘프로무대서 통하겠어’라는 저평가가 많았으나 이후 KBL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잭슨과 닮은 점이 많다. 오리온은 13년 만에 등장한 또 한 명의 단신 가드 잭슨을 통해 “특급 포인트가드와 함께 하면 우승 한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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