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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대구시당 "김무성 아직도 살아있나"


입력 2016.03.31 05:59 수정 2016.03.31 09:57        장수연 기자

대구시당 방문한 김무성, 이재만 지지자들 격한 항의받아

'진박' 후보들과 갈등봉합 강조했지만 또 도망치듯 퇴장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최경환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이 30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포옹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30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이재만 후보의 지지자들이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찾은 김무성 선거대책위원장을 비판하며 이 후보의 공천 탈락에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구 방문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김 대표와 대구 지역의 후보들은 "이제 갈등은 모두 봉합됐다"며 서로 악수를 나누고 포옹하는 등 공천 여파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끝내 출마길이 막힌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지지자들의 격한 항의는 봉합하지 못했다. 묘하게 김 대표를 '긁어대는' 대구 후보들의 발언에서도 갈등이 재점화할 여지가 남아있는 듯했다.

김 대표는 30일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대구시당을 찾았다. 김 대표 도착 1시간 전인 오후 6시께부터 대구시당 앞은 이 전 구청장 지지자들의 항의로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현수막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배반한 김무성 대표는 사퇴하라. 이재만을 살려내라"며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시위대를 뚫고 들어가려면 몸싸움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같은 시각 3층에 위치한 대구시당 회의실에서는 아래층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구 후보들의 담소가 한창이었다. 후보들은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이 등장하자 모두 일어서 인사를 나눴다. 서로의 선거유세 점퍼와 신발 등을 바라보며 "신발은 주니까 잘 신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아래층에서 들리는 고성에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최 의원은 "좀 말리지 그래"라고 말하며 직접 현장에 내려가보려 했지만 관계자 측의 제지에 금새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 대표가 들어오기 어려울 만큼 항의가 거세지자 기다리던 후보들에겐 '김 대표가 다른 일정에 먼저 갔다올 것이다. 먼저 회의실로 들어가 있으라'는 이야기가 전달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예정됐던 회의시간인 7시보다 10분 일찍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건물 옆문으로 도망치듯 뛰어들어간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시위대는 오열하며 따라 들어가려다 경찰과 엉키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후보들이 30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김 대표의 얼굴은 어두웠다. 회의가 바로 시작됐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이군현 의원이 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후보들과의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진박' 정종섭 후보(대구 동구갑)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 후보가 "대표님 멀리서 오셨는데 박수라도 한 번 칩시다"라고 하자 최 의원이 먼저 일어서 박수를 주도했다. 그러면서 "당의 화합은 대구에서부터 시작해야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곧 김 대표와 최 의원은 무표정으로 침묵을 이어갔다.

다시 찾아온 침묵을 깬 것은 이인선 후보(대구 수성을)였다. 이 후보는 "대표님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 복당 안 하실꺼죠? 대표님이 이야기해 주셔야죠"라며 김 대표의 대답을 요구했다. 웃음기를 띠며 한 발언이었지만 '복당불허'라는 답변을 기대하는 어투였다. 이에 김 대표는 "얘기 안 하겠다"며 옅은 미소를 띄었지만 이내 정색하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회의 시작 시간이 채 덜 됐음에도 애꿎은 이군현 의원만 찾을 뿐이었다.

6시 55분께 이군현 의원이 도착하자 불편한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채로 회의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야당이 선거용 야합인 야권연대를 꺼내들면서 국민들을 속여 표를 얻으려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표를 잃게 되면 누가 좋아하고 누가 웃게 될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연신 당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공천에서 가장 마음이 아프신 대구시민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도 드리고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잘 하겠다는 다짐의 말씀도 드려야겠다고 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며 대구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 대선 때 대구시민, 경북도민이 80% 투표율과 80%가 넘는 득표율로 박근혜 정부의 일등공신이었다"며 "이런 대구시민의 크신 사랑에 제대로 보답해야 하는데 걱정과 실망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대표의 바로 옆 좌석에 배석한 최경환 의원은 "이제 대구 경북에선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하겠다"며 "오로지 새누리당이 있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 그것이 총선 승리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생각으로 우리 모두 솔선수범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모두발언이 끝난 후 김 대표와 최 의원은 악수하고 포옹했다.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도 "다같이 일어서서 손을 한 번 잡자"며 화합의 몸짓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15분만에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여전히 1층에서는 이 전 구청장의 지지자들이 "김무성 물러나라" "이재만을 살려내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 중이었다.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 차에 난리 나는 거 아닌가?' '계란 하나도 안 맞고 가면 대권 주자라고 할 수 있겠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짧은 시간의 비공개 회의가 끝나자 김 대표와 이른바 '진박' 후보들은 재차 갈등이 봉합됐음을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조원진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 대표는 "오늘로 갈등은 다 봉합됐다. 조원진이 어디갔노"라며 조 의원을 자신 곁으로 불렀다. 그는 "이리로 와 안기라. 조원진이 하고 나하고 제일 가까운 사인데"라며 미소를 지어보였고 조 의원도 이에 응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맞닥뜨릴 진짜 폭탄은 1층에 있었다. 건물 옆 출입구로 들어간 김 대표를 나올 때는 꼭 붙잡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지지자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과 경찰이 뒤엉켜 대구시당 출입구 부근은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수행원의 안내를 받으며 이번에도 건물 옆으로 빠져 나가려 했지만 앞에서 대기하던 지지자들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한 남성 지지자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목소리로 "김무성이 아직도 살아있나! 자폭하라!" "우리는 선거운동한 죄밖에 없다. 투표권을 돌려달라"며 고래고래 외쳐댔고 김 대표는 차 입구를 찾기에 급급했다. 결국 김 대표는 대구시당 앞 도로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또다시 도망치듯 대구시당을 빠져나갔다.

욕설을 내뱉는 지지자들의 고함소리와 경찰들의 제재하는 소리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전 구청장 지지자들은 기자와 만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우리는 계속 항의할 겁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계속 해야죠. 죽어도 계속 해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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