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김무성·'댄스' 김종인·'무색무취' 안철수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다. 내가 말 잘못하면 막말한다고 하니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부산 북강서갑 박민식 후보 지원유세를 하면서)
"제가 바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9일 대전 동구 강래구 후보 지원유세를 하면서)
선거 막판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판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 20대 총선의 모든 쟁점 이슈가 정책이나 노선 등 공적인 것에 중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소한 언행이 승패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더욱 크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인들의 '언행'을 낱낱이 살펴봤다.
3당 대표 중 실언의 빈도가 가장 잦은 인물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노원병 이준석 후보 지원 유세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뽑아 달라는 실언을 했다. 그는 유세 도중 "여러분,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 안철수를 선택해주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선 즉각 “아니. 다시 하겠다. 제가 하루에 열 번 넘게 유세를 하니까 여러분 웃기려고 허허”라며 너스레로 상황을 무마시켰다.
8일 경기 김포 사우동에서 열린 홍철호(김포을)·김동식(김포갑) 후보 합동 유세에서는 김동식 후보의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 이름을 ‘김두한’이라고 말하는 실수도 했다. 김 대표는 김두관 후보가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 홍철호 후보와 김포을에서 경쟁, 패한 뒤 이번 총선에서는 김포갑으로 선거구를 변경한 점을 비판하면서 "김두한 후보는 자기 맘대로 둥지를 바꾸는 속도 없는..."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곧장 자신의 말실수를 눈치 채고는 "미안하다. 하루에 12, 13번씩 연설을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경기도 고양 화정역 광장에서 열린 손범규(고양갑)·김태원(고양을) 후보 지원 유세에서 현직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8대 국회의원 출신 손 후보와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농성도 하고 우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앉은 자리에서 계속 웃기는 사람이 손범규다”라고 말실수를 했다.
김 대표는 유세 도중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옥새파동'을 언급해 대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10일 서울 송파병에 출마한 김을동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제가 도장을 갖고 나르지는 않았습니다. 도장은 당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최고위원회에서 (공천안) 최종의결을 해야하는 데 제가 의결 안하겠다고 하고 부산을 간 것 뿐입니다. 그 때 마지막까지 유일하게 도와준 게 김을동 최고위원입니다. 김을동 최고위원 없었으면 저도 결국 용기를 잃고 밀렸을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용기잃지 않도록 격려해주고 싸워준 고마움을 어떻게 잊겠습니까"라며 김 후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실언을 자주 한 탓인지 이후의 지원 유세에서는 유난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일 오전 서울 강동구을에 출마한 이재영 후보의 유세에서 시민 차량이 빠져나오지 못하자 "차 나가게 비켜주세요. 표 떨어집니다"라고 말했으며,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한 박민식 후보의 유세에서는 야당을 비판하며 "부산말로 환장하겠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다. 텔레비전이 찍고 있으니까 내가 말 잘못하면 막말한다고 하니까..."라며 스스로 입을 단속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실언 빈도는 김무성 대표에 비하면 약과다. 지난 9일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대전동구 강래구 후보 지원유세장을 찾은 김종인 대표는 "제가 바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라고 말하려다, "더민주 비대위원회 대표 김종인"이라고 정정해 자신을 소개했다. 앞선 6일에는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을 내놨지만, 삼성전자는 곧바로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76세의 나이로 3당 대표 가운데 가장 고령인 김종인 대표는 지원 유세를 가는 곳곳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금껏 고수해온 양복에 구두, 넥타이 차림을 벗어던지고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양손을 '브이'자를 한 채로 몸을 흔들며 유세단과 함께 선거 로고송인 '더더더송'에 맞춰 율동도 선보였다. 1940년생인 김 대표가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은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다 파란 가발을 쓰고 망가진 적도 있다.
제3당론을 내세우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거유세는 그야말로 '무색무취'다.
안 대표 본인은 실언도, 댄스도 없는 무난한 연설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말인 10일 유세 일정을 건너 뛰었다는 이유로 국민의당 지지자들 10여명에 둘러싸여 이동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를 둘러싼 이들은 서울 금천구의 정두환 후보 지지자로, 안 대표를 향해 "약속을 지켜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안철수 대표님이 금천구로 오기로 했는데 일정이 바쁘셔서 못 오신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모시고 가고 싶다"며 지원유세를 요구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대구 북구을)의 지원유세에 나선 서청원 최고위원의 "새누리당 지도자는 (김무성) 당 대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발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대구 진박 후보들의 '큰절 사과', 김문수(대구 수성갑) 후보의 '100배 석고대죄', 호남에서 지지를 잃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 발언 등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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